맥빠진 시민...U대회 관심 감소 우려

입력 2003-08-18 10:55:40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을 사흘 앞두고 북한이 돌연 불참을 결정함으로써 대구U대회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관심이 줄어드는가 하면 국내외 언론의 취재 열기도 낮아지는 등 대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구U대회 조직위는 대회 준비과정에서 북한의 참가에 공을 들여왔고 북한도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나타내 대구U대회를 세계 대학생들의 우정과 이상을 추구하는 대회 취지를 살리면서 '남.북 화합의 한마당'으로 승화시킨다는 목적 아래 의욕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대회 개막 직전 북한이 불참하기로 해 그동안 북한 서포터스를 구성하는 등 높은 열기를 보이던 시민단체와 시민들을 맥빠지게 하고 있으며 대구U대회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하고 북한응원단이 관람하는 개막식 입장권이 거의 매진 단계에 들어갔으나 북한의 불참으로 인해 개막식에서 남.북화합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또 9개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북한 선수들의 경기 모습과 함께 북한 응원단이 오는 경기장에 관중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같은 기대감도 물거품이 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의 경우 대회 전 일반경기 입장권 판매율이 20~30%대에 머물렀으나 대회가 시작되자 북한 선수들과 응원단이 오는 경기장을 중심으로 관중들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어 표가 매진되는 등 북한이 '대회의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로 작용했다.

국내외 언론의 취재 열기도 식고 있다.

당초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자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높아져 대회조직위측은 처음에 2천5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 및 방송제작진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가 3천100여명의 취재진 및 방송제작진이 미디어등록카드 신청을 해 과열 조짐을 나타내기도 했다.

10~50명 이상의 기자들로 대구U대회 특별 취재팀을 구성한 국내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취재 인력의 절반 이상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취재팀으로 구성했고 취재진 규모가 적은 국내외 언론사들도 북한 취재팀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북한팀에 대해 뜨거운 취재 열기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북한의 불참으로 인해 언론사별로 취재진을 줄이고 철수를 결정하는가 하면 대구U대회 조직위가 북한 취재 지원을 위해 별도로 설치한 언론 지원실과 북한팀의 안전문제 등을 담당하는 안전통제본부의 북한 전담반도 필요가 없게 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불참이 대회 성공에 장애가 되는 것만은 아닌 점도 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경우 지나치게 '남.북 화합'이 강조되고 다른 참가국 선수들을 소외시켜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라는 대회 본연의 취지를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역시 북한의 참가로 관중이 몰리는 등 외형적인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지나치게 부각돼 '아시아인의 화합과 축제'라는 대회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었다.

대구U대회 조직위는 이같은 점을 우려, 북한측과 접촉 과정에서 북한 응원단 규모를 150명 이하로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북한측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해 북한측의 주장이 관철되기도 했다.

이칠화 대구U대회 조직위 방송보도지원단장은 "북한이 불참하게 돼 조직위 직원들도 맥이 빠지지만 거기에 영향받지 않고 차분히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