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염색 '헤나' '프라노' 인기

입력 2003-08-18 08:00:30

정은경(21·여·대구대 3년)씨는 지난 3일 남자친구 노석진(21·대구대 3년)씨와 함께 팔에다 프라노(flano)를 했다.

바다로 피서를 갈 계획이었던 이들은 바닷가에서 드러날 속살을 더욱 멋스럽게 장식하기 위해 팔에다 띠 모양의 프라노를 새긴 것.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어 부담없이 했어요. 남자친구도 물론 좋아하고요".

20대를 중심으로 헤나(Henna)와 프라노 등의 피부염색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문신과 흡사하지만 이들 헤나와 프라노 등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문신과는 전혀 다르다.

문신은 바늘을 이용해 피부 진피에 색소를 침투시켜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데 반해 헤나와 프라노는 천연식물염료를 이용, 각질층을 염색해 2~3주 후면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이 때문에 색다른 액세서리를 원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헤나는 원래 인도의 1년생 자생식물의 이름인데, 자연염색 속성이 있어 예전부터 염색용으로 사용돼 왔다.

이 잎사귀를 말린 뒤 곱게 빻은 가루가 헤나 가루이고 이를 이용한 피부염색을 '헤나 타투'라고 부른다.

헤나 가루에 오일, 레몬즙 등을 섞어 숙성시킨 후 피부에 원하는 무늬를 새겨넣고 말리면 된다.

식물성 천연재료로 만든 프라노도 헤나와 비슷한데, 완제품형태로 시판되기 때문에 제작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헤나나 프라노를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10~30분이며 가격은 무늬에 따라 5천원에서부터 1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3년 전부터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 여름철 피서지에서 특히 인기있는 피부염색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돼 길거리에서 헤나를 한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라노 디자이너 김태형(38)씨는 "주로 20대가 헤나와 프라노를 많이 찾는데, 여성고객이 대부분이에요. 남성들은 트라이벌, 즉 동남아 원주민의 전통 문신에서 따온 갈퀴모양이나 전갈 등의 무늬를 팔에다 새기고 싶어하는 반면 여성들에게는 역시 나비나 꽃무늬가 인기죠. 부위도 팔, 등, 가슴, 목 뒷부분, 골반, 허리 등 여성들은 매우 다양한 위치에 피부염색을 합니다"라고 전했다.

피부염색은 개성있는 30,40대들에게도 인기. 치과의사 서영규(35·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씨는 휴가철을 맞아 어깨에 태풍모양의 프라노를 했다.

"피부 염색 또한 액세서리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스러워요. 천연색소라 부작용도 없어, 지워지면 또 할 겁니다"라며 프라노 마니아임을 자랑했다.

피부염색은 이처럼 개성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수천년 전부터 인도나 아프리카, 중앙 아시아 등에서 이어져온 풍습이라는 점에서 특유의 신비감도 피부염색 인기에 한몫한다.

전통 문양의 경우 무늬마다 건강, 다산, 지혜 등의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헤나는 천연 가루를 사용해 진녹색을 내는 내추럴 헤나와 강렬한 색감의 블랙 헤나, 반짝이는 펄 헤나 등이 있다.

그러나 문신과 비슷해 헤나 마니아들에게 인기있는 블랙 헤나는 민감성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색소가 첨가된 블랙헤나는 심한 경우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또 오래 보관됐거나 이물질이 섞인 헤나 가루가 유통되기도 해 유의하는 것이 좋다.

500여명의 회원을 둔 문신동호회 '타투클럽(www.tattoohenna.com)' 운영자 배기형(39)씨는 "몸에 대한 표현욕구가 나날이 늘어나면서 헤나를 비롯한 바디 아트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었다"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한국분장예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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