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행사 여야 엇갈린 행보

입력 2003-08-16 10:31:20

광복 58주년 행사를 치르면서 여야 지도부가 보수와 진보진영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개최한 기념식에 따로 참석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여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이념적 지표와 지지층의 색깔이 확연히 다른데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나, 심화되고 있는 남남대결을 치유하기 보다는 이념대결에 편승해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정부 주최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경축식에 박주천 사무총장을 대신 보내고 자신은 이날 오후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 55주년 반핵.반김(정일) 8.15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보수층이 주도한 이 대회에서는 반미 친북세력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 '김일성-김정일 동상 모형 무너뜨리기'등의 행사가 있었다.

따라서 최 대표의 이 대회 참석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보수색채를 띠고 있지만 대표가 참석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며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긴 하지만 원내 제1당으로서 우리 사회의 이념대결 해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재향군인회에서 최근 당사를 방문, 참여를 부탁해와 참석하게 됐다"며 "극우단체도 아니고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들의 모임에 참여해 격려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대회 참석에 따른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개인자격으로 참석, 단상에 오르지 않았고 기념사도 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민화협과 7대 종단 및 통일연대 대표 등과 함께 14일 방북, 평양 능라도공원에서 남북과 해외대표단 8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에 참석, 한나라당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정대철 대표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정부가 주최한 경축식에 참석하려다 늦게 도착,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 정균환 원내총무도 개인적 약속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고 정세균 정책위의장 역시 지역구(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열린 별도의 기념식에 참석했다.

특히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따로 국밥식' 행보를 놓고 노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광복절 기념식 행사 참석에서 드러난 여야 지도부의 엇갈린 행보는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를 통합과 관용으로 이끌지 못하는 정치권의 역량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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