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에 관해 '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글들이 최근 잇따라 보도됐다.
독일에 관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유익한 내용도 있었으나 독일생활을 오래한 필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많았다.
과연 독일은 실패한 복지국가일까?
독일이 지향했던 분배의 정치는 독일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인 산물이다.
2차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한 독일이 그 성장의 대가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잘 설계된 건물도 하자보수가 필수적이듯 독일의 복지정책도 세월에 따라 미비한 점들이 보완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회안전망을 잘 갖춘 독일의 복지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질타하는 것이 옳을까.
독일의 기본 사회윤리는 '기회의 균등'이다.
독일 국민은 누구나 빈부차이 없이 균등한 기회를 사회로부터 보장받는다.
반면 우리의 기본 사회윤리는 무엇인가? 천재를 조기 발굴해야 한다면서 과외를 시키고,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 주거지를 옮기고, 심지어 한국어로는 자기 생각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조차 못하는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면서, 우리 사회는 정체성 없이 겉돌고 있지는 않은지?
독일은 사회 시스템에서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을 발굴해 낸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내 자녀를 극단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시스템이 선별하여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적극 지원한다.
이런 시스템 구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화가 필요했는지, 이것 역시 어마어마한 복지의 한 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독일 노동운동에는 분명한 행동강령이 있다.
일방을 무시하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노사간 대화 모델이 있다.
이러한 성숙된 노동운동의 모습은 감추어진 채, 우리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독일의 노동 및 이상적인 복지정책의 순환 장애에 따른 실패를 앞다투어 다루고 있다.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대기업들의 무계획한 노사관계가 현재의 노사문제 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복지정책의 틀을 바르게 세우지 못한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익이 커지면, 무조건적으로 분배를 통한 찰라의 기쁨을 즐겼던게 누구인가? 이에 반해 독일의 노동운동 및 정치의 기본은 '국민복리'이다.
독일 산별노조가 개별직장의 임금 협상에 간여하는 것은 바로 개별 기업의 임금문제가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노동문제의 사회성에 기인한다.
한국내 독일 경제인들도 독일의 현 정부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무차별적 독일 폄하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갖는다.
우리나라 모 기업의 브랜드가치가 세계 몇 위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니 떠들어대면서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왜 그리 형편없이 만드는지? 부당 내부거래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의 상속으로 떠들썩한 한국 기업인들의 이중적 윤리 잣대를 독일 국민들 역시 독일 언론 매체를 통해 알고 있을까. 아니 관심이나 갖고 있을까?
독일도 '어젠다 2010'의 기치 아래 이제 새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있다.
즉 기회의 균등은 보장하되, 일괄적인 분배는 지양하는 복지정책이다.
쉬운 말이지만 우리도 한 번 낱낱이 분석해 봄직한 정책이다.
김두일(TG바이오텍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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