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국회의원이, 미군부대에 들어가 "한반도 전쟁반대"를 외친 '후배'들에게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런 과격한 방법은 옳지 않다"고 꾸짖었다는 기사를 보아서인지, 오늘은 자꾸 '80년대'가 생각난다.
그때, 많은 노동자와 농민들이 그러했지만, 대학 다닌다고 책이라도 끼고 다닌 이들중 민주화와 변혁을 들먹이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겠지만 당시 학생들에게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은 단순한 책방을 넘어서는 공간이었다.
그것은 저항을 위한 지식의 창고이자 토론을 위한 사랑방이었다.
작고 초라했지만, 학생들의 사랑속에서 이런 서점들도 어렵게나마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국가보안법의 시대'(아직도 그 법은 건재하지만)에 그것은 현실을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청년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찬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도 생각난다.
어느 저녁, 학교부근 막걸리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돌리고 있는데, 누군가 뛰어들어와 무슨 서점에 지금 경찰이 들이 닥쳐 책을 압수하려 한다고 했다.
당시 출판과 판매가 금지된 '불온서적'을 팔고 있던 한 서점에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려던 것이리라. 곧장 그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모인 학생들이 순식간에 수십명은 되었다.
계획된 것도 아니고, 압수하려는 책이 정확히 무슨 책인지도 몰랐지만, 우리는 우리의 '해방구'가 짓밟히는 것에 화가 나서, '과격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것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 이전에,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였다.
결국 그 서점은 문제의 책을 압수당하고 대표도 고초를 겼었지만, 그날 저녁 우리에게 '책'과 '서점'은 단순한 책과 서점이 아니었다.
왜 시덥잖은 옛 일을 들먹이고 있나. 이제는 국회의원이 되어 후배들을 '어른스럽게' 꾸짖는 386도 계신데. 이미 많은 이들이 한총련 학생들을 나무랐는데 나까지 가세해서 좀 그렇지만 나도 '선배'로서 한마디 해야겠다.
"한총련은 들어라! 미군 장갑차 위에 올라갈 때 꼭 그렇게 '과격하게' 태극기를 들어야 했나? 미선이, 효순이 닮은 들꽃 한송이씩이라면 모를까…".
변홍철녹색평론 편집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