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달력'을 아세요

입력 2003-08-14 13:52:33

포항공단 INI스틸 철근압연부 교대근무자 진술이(54) 계장은 오는 추석연휴에 6일간 쉰다.

김 계장의 달력은 3일간의 공식휴무에다 단체협약상의 휴일인 13일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휴일(9일.14일)이 연휴 앞뒤로 붙어 6일간 연속 붉은색으로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40시간 및 주5일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앞당겨 실시하는 업체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월요일∼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일요일에 쉬는 일반적 기준의 달력은 완전히 무시한 채 '나 혼자만의 달력'으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주 5일 근무제 노사합의 여파로 중소기업에까지 주 5일 근무제가 확대될 경우 포항공단과 구미공단을 비롯, 교대근무가 시행되는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의 이같은 '나홀로 달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조3교대제 도입으로 사실상 주40시간 근무제를 실현한 INI스틸의 경우 A조 근무자들은 이달에 수.목.금요일을 번갈아 쉬고 있으며 B조는 월.화요일에 주로 쉬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지난 1992년말 4조3교대제 도입으로 주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한 포스코는 직원들의 일정 운용을 돕기 위해 제도 도입 직후부터 개개인의 휴무일이 표기된 근무달력을 만들어 배포해 왔다.

또 올들어 근로시간 단축 및 주5일제가 보편화되면서 최근 포항공단에서는 수첩안에 일반적인 토.일요일 및 공휴일과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휴무일을 표기한 개인달력을 넣어다니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었다.

포스코 배창동 과장은 "생산직의 경우 요일에 상관없이 5일간 일하고 이틀간 쉬는 게 근무시간 단축제 이후의 특징"이라고 했다.

또 노동부 관계자는 "변형근로 또는 탄력시간제 도입업체도 늘면서 휴무요일이나 출퇴근 시간이 회사와 직원들의 사정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이 올해 노동계의 큰 변화상"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노-사-정간 판도변화만큼이나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도 크게 바뀌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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