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8-14 09:30:30

한발 한발 걸어갑니다.

종아리 힘줄 힘을 줍니다.

구불구불 산길 걸어갑니다.

티끌 없는 바람 불어옵니다.

내 발자국 밟으며 걸어갑니다.

힘들면 나무들이 밀어 줍니다.

거기 자작나무 숲이 없다면

염불암까지 어떻게 올라가겠습니까.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입니다.

새소리도 새로운 산길입니다.

서종택 '염불암 가는 길'

작년 가을 학생들을 앞세우고 염불암에 올랐다.

그런데 그 오르는 산길에 온통 기름냄새가 났다.

산길을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있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르는 길인데, 숨을 헉헉거리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차를 타고 오르겠다고, 신자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산새 울음 한마디에서 법어를 들을 수 있고 자작나무 잎을 스치는 바람에서 부처님의 숨결을 느끼는 사람들이 금칠한 불상 앞이라야 절하는 사람들의 눈엔 어떻게 보이겠는가. 아니 그게 어떻게 보인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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