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제도의 개혁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의 저항은 이번도 예외일 수 없어, 이 제도의 도입으로 추가 부담을 안게 될 사업주 측과 이들을 대변하는 집단의 끈질긴 반대로 막판까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하였다.
그 동안 시민단체에 의해 좥현대판 노예제'로 지탄받아온 산업연수생제와의 어중간한 동거라고 하는 문제점은 있지만, 어쨌든 고용허가제가 통과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이제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규범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비용의 초과 지출이라거나 국내 경제의 문제도 산적한 상황에서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이유로 폄하한다면, 그러한 비난은 편협한 손익계산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용허가제의 도입으로 우리 경제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다.
주로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서 온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은 한국에서는 한낱 저임금 노동자일 뿐이지만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처지가 아주 달라질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취업을 통해 축적한 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 돈을 자산으로 삼아 자국에서 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예비 인재들이다.
이들은 한국 기술과 상품 진출의 첨병, 현지 대리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들의 뇌리 속에 한국 사회의 선의에 대한 기억을 남겨두는 것은 이들과의 호혜적인 미래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수십 만 명에 달하는 국내 외국인노동자의 존재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들이 그 동안 주로 3D 업종에서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이제 합법적으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은 소박한 인지상정일 뿐만 아니라 자본과 노동의 국제화 시대에 요구되는 보편적인 모럴이기도 하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운위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아직 선진적인 인권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차별의 요소가 엄존한다.
이 사회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멸시, 인권 침해의 악습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 그 어떤 선도적인 역할도 자임할 수 없을 것이다.
보편적인 원칙에 기초한 선진 사회는 자신의 구성원 마지막 한 명까지 다 구제하고 나서 비로소 이방인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사회 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우리가 아닌 좥그들'의 발전이 곧 좥우리'의 발전의 일부를 이룬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을 필요로 한다.
특히 종종 배타적인 단일민족 지상주의에 젖어온 우리들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타민족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열린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한편 외국인노동자들은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은 작업장에서 한국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그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고, 나아가 그들 나라와 한국간의 문화 교류를 촉진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정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한국어 시험을 의무화 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어 시험을 치르게 되면, 한국에 노동자를 파견할 중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 학습 붐을 일으키게 되고, 한국어 강습소까지 생겨나는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에서 한국어과를 개설한 곳이 3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좥한류(韓流)'가 위세를 떨치면서 한국어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새로 도입되는 고용허가제의 한국어 시험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어와 함께 한국 문화의 전파와 확산에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것의 영향은 문화의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그 문화 속에는 이미 정치, 경제 등 온갖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우리 좀더 다른, 좀더 큰 계산법을 갖도록 하자.
홍원식〈계명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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