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나온 공을 선수 형들에게 주워 주는 거래요. 오래 서 있어야 하지만 힘은 하나도 안들어요".
대구 침산초교 문영휘(8)군은 아직 초교 2년생밖에 안되지만 당당한 U대회 자원봉사자이다.
전체 봉사자 9천700여명 중 최연소. 맡은 일은 축구장의 볼 보이. 소속된 침산초교 축구부원 19명이 모두 볼보이 자원 봉사에 나서면서 문군도 동참했다.
금방이라도 엄마품을 찾아 운동장 밖으로 도망쳐 나갈듯 어렸지만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적잖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11일 오후 3시쯤 침산초교 운동장. 말쑥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축구공을 차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다.
방학 내내 훈련하느라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지만, 난생 처음 국제대회에서 뛴다는 생각에 공을 차는 발들엔 힘이 잔뜩 들어 가 있는 듯했다.
손민호(27) 코치는 "강변구장, 시민운동장 등에서 열리는 축구 예선.본선 경기 때 팀이 볼보이로 참가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대회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경기 중엔 다른 사람과 장난쳐서도 안되고 상시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어린이들에겐 볼보이 역할도 선수 못잖게 힘든다고 봐야 할 겁니다".
볼보이들은 선수들보다 먼저 입장해 경기장 골대쪽과 측면을 둘러싸야 한다.
경기장 밖으로 공이 굴러나오면 다른 공을 미리 준비해 있다가 건네주고, 밖으로 굴러 나온 공을 재빨리 주워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이 따가워도 2시간 가까이 공을 안고 흐트러지지 않게 서 있어야 한다.
사정이 이런 만큼 노련한 볼보이가 되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연습이 필수. 특히 골대 뒤를 맡은 2명은 선수 못잖은 맹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침산초교 어린이들은 지난 7일 강변축구장에서 열린 화원초교와 일본유소년팀의 친선경기 때 일찌감치 볼보이 역할을 익혔다.
지난 월드컵 대회와 대구FC 개막경기 때 역시 기수단과 에스코트 요원으로 활약해 아이들의 자신감이 더 높아져 있는 중이다.
문 군의 선배인 이단비(12)군은 "이번 대회에서도 피버노버 공을 많이 만져봤으면 좋겠다"고 기대에 부풀었고, 홍용성(12)군은 "TV에 나온다니 괜히 기분이 좋다"며 강슛을 날려 보였다.
전영우(12)군은 "U대회에서 뛴다고 생각하니 설렌다"며 "볼보이를 친구들이 '똥볼'이라 불러도 기분 나쁘지 않다"고 씨익 웃었다.
전군의 어머니 임미정(42)씨는 "아이들이 국제대회에서 한 몫 한다 생각하니 무척 대견하다"고 했다.
대회조직위 권오길 자원봉사자 상황실 담당관은 "초교생 160명, 중학생 232명, 고교생 852명 등 어린이.청소년 자원 봉사자가 모두 1천244명에 달해 전체 봉사자의 13%나 된다"며,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U대회 성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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