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주5일 쇼크'...흔들리는 지역업체들

입력 2003-08-12 12:52:15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과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의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 5일 40시간 근무는 지역 중소기업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파격적 주 5일 근무안이 지역 경제계에 미칠 후폭퐁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대구.경북 제조업체들은 대기업 위주의 주 5일 40시간 근무제는 어떤 식으로든 지역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체들에 따르면 '주 5일 쇼크'에 휩싸인 상당수 지역 중소기업들은 벌써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해외 공장 이전과 인력 감축을 위한 신규 설비 자동화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신규 고용 창출이 기대되는 서비스산업과 달리 생산성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 5일 조기 도입은 제조업체들에겐 대규모 구조조정 및 공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

업체들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대구.경북에 대기업 위주의 근로조건 저하없는 파격적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될 경우 지역 경제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주 5일 근무제 도입 시기와 임금 및 연.월차수당 보전 조항 등의 추가 조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조업 인력 구조조정 및 해외 공동화 가속화 우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주 5일 근무 실시의 전제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주 5일 근무 도입으로 인한 신규 고용 창출은 6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신규 고용은 여가생활 증가에 따른 문화.레저 등 서비스산업 위주로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없는 주 5일 근무를 조기 도입하면 제조업체들의 구조조정과 공동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임단협을 끝내고 내달부터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 5일, 40시간 근무를 실시하는 모 금속업체 경우 급증하는 인건비 부담 절감을 위해 신규라인 증설시 자동화 비중을 늘려 인력 구조조정을 가속화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IMF때 부실채권을 떠안아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3년간 두자릿수 임금 상승률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건비 10억여원만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 자동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

업체 한 간부는 "신규라인 증설 때 자동화기기를 대폭 도입하는 한편 점차적으로 기존 설비 교체을 늘릴 예정"이라며 "주 5일 근무가 노동자 삶의 질 향상과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인력 의존도가 높은 섬유업체들은 벌써부터 해외 공장 이전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경북 왜관에서 10년째 제직공장을 경영하는 장모 사장은 최근 중국 진출을 놓고 고민하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지역 경제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현지 칭다오 공장 설립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종업원 30여명에 3조 3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이 업체는 고장 등 생산성 저하에 따른 문제로 1년 내내 기계 설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섬유 업종 특성상 주 5일 근무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20%이상 급증하게 된다는 것.

ㅅ합섬 김모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섬유업체들에게 주 5일 근무는 고용허가제와 맞물려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상당수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종업원 81명 중 10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고용허가제에 따른 월 임금 부담이 1인당 65만에서 85만원 수준으로 급증하는데다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추가 인건비도 국내 노동자와 똑같이 적용해야 해 임금삭감없는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채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입시기 늦춰달라

지역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및 해외이전까지 고려할 정도로 주 5일 쇼크에 휩싸인 가장 큰 이유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지역 일부 사업장과 현대 등 완성차 업체의 주 5일 근무안이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논의돼 온 정부안에 비해 도입시기가 5년이상 앞당겨진 데 있다.

300인 이하 사업장 경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주 5일 근무를 실시한다는 정부안과 달리 민주노총, 양 노동계 안은 2005년 7월까지 모든 사업장에 대해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 40시간 근무를 명시한 것. 특히 지난달 민노총 금속노조 중앙교섭에서 300인 내외는 물론 50인 내외의 지역 기업조차 주 5일 근무를 조기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계 불안감은 더욱 증푹되고 있다.

실제 최근 임단협에서 2005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 40시간 근무에 합의한 모 금속업체 경우 종업원수가 84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업체 한 간부는 한달 반이나 끌어 온 임단협에서 노조측에 밀린 결과라며 현대차 노사합의안을 참조키로 한 단체협약상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 5일 40시간 근무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인건비 상승 부담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이 간부는 "현대차 노사합의안대로 임금삭감없이 연.월차 수당을 유지하면 10% 가량의 기본급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상여금 등 각종 수당에 적용돼 추가 인건비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성 향상 없는 주 5일제 도입은 당분간 유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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