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흥행 배성혁 성우기획 대표

입력 2003-08-12 09:13:16

흔히 지방은 '문화'가 없다고 한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문화 산업의 생산자는 없고 단순 소비자만 있을 뿐이다.

특히 대중 문화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성우 기획 배성혁 대표(39). 92년 대구에서는 '사건'으로 불릴만한 러시아 국립극단의 '닥터지바고'를 시작으로 '조지 원스턴', '리차드 클라이더만', '유키 구라모토' 공연을 비롯 '김광석'과 '김현식', '이승철'과 '윤도현' 공연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왠만한 공연을 기획했다.

그는 올 여름 다시 '사건'을 일으켰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오리지널 런던팀의 시카고 공연을 성사시킨 것.

지방에서 평일을 포함해 장기 공연을 한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입장권이 고가인 탓에 관객 동원이 불투명하기 때문. "솔직히 모험이었고 주변에서도 모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대구 시민들에게 꼭 시카고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뒤론 딴생각 없이 밀어붙였습니다". 마음속으로 적자만 면하면 '성공'이라고 여겼지만 8회 공연을 가진 시카고는 보기좋게 성공했다.

배 대표는 "시카고에서 보듯 아직도 뮤지컬의 주고객은 20대 후반을 넘어선다"며 "그동안 지역에서 뮤지컬 공연이 없었던 탓에 젊은 마니아 층이 형성되지 않은 때문"이라고 했다.

지방기획사의 수명이 2, 3년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13년 동안 100회가 넘는 공연을 기획한 배 대표는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 "80%는 적자를 봤다고 보면 되겠죠. 수 개념이 약해 돈으로 치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공연 기획을 시작한 것이 어릴적부터 타고난 '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릴때부터 음악에 빠져 살았어요. 한동안은 음반 수집에 미쳐지냈고요. 어떻게 보면 적성에 꼭 맞는 일을 하는 셈이죠". 대학에 입학한 뒤로 음악 다방을 돌며 2, 3년간 DJ 활동을 하기도 한 배 대표는 "DJ 활동 때 영웅으로 생각했던 이들의 공연을 성사시킬 때면 정말 '환상 속'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을 갖기도 한다"고 했다.

배 대표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표정에 감동이 물어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지만 돈은 벌더라도 반응이 좋지 않으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대구에서 기획사를 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이라고 했다.

"가까운 부산만 해도 어떤 공연도 소화가 되지만 대구는 문화의 다양성이 없어요. 잘되는 공연과 안되는 공연이 확연히 구분되죠". 여기에다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없는 문화인프라의 척박함과 공연 기획때마다 부딪쳐야 하는 공무원들의 비협조와 보수성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그는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한 도시의 경쟁력은 문화마인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질 좋은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대표는 올해 윤도현(9월), 신영옥(11월) 공연에 이어 내년 5월 맘마미마 공연을 계획 중이다.

맘마미아는 대구 공연 예산만 26억이 드는 대형 뮤지컬. 그로서는 또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현재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기획 능력을 좀더 쌓은 뒤 대구에서 기획을 한 작품으로 서울 무대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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