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사업장에 이어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까지 내달부터 임금 삭감없는 파격적 주 5일 40시간 근무를 실시키로 합의하자 이를 지켜보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허탈과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다.
기아차와 쌍용차까지 주5일제 근무를 막판 조율중이어서 대기업 중심의 임금삭감없는 주5일제 도입은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우리 경제를 또한번 빈사상태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주 5일 근무는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어쩔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이번 주 5일 근무제는 아무런 예고 없이 정책적 대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대기업 위주로 짜여져 중소기업은 임금상승 부담과 납품단가 인하요구라는 양갈래 희생을 일방적으로 요구당해 기업의 존폐기로에 서 있다는 것.
지역 제조업체들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은 인건비 급증이다.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업체규모에 따라 10~20% 이상의 인건비가 상승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법정근로시간외 잔업 근무가 많은 영세업체들은 주 5일 근무가 조기 도입되면 기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한탄하고 있다.
특히 토.일요일 근무가 많은 지역 주력산업 특성상 더욱 피해가 클 수밖에 없고 대기업의 원가 절감 압력까지 가속화 돼 기업 채산성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업으로 내달부터 주40시간 근무에 돌입하는 모 금속업체 대표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인건비가 무려 20배에 달하는데 또다시 인건비 상승요인이 불거지자 공장을 해외이전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연 매출액 1천억원 규모로 340명이 일하는 이 업체의 연 인건비는 지금까지 90억원 수준이었지만 임금 삭감없는 주 5일 근무로 떠안아야 하는 인건비 추가 부담은 연간 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종업원 1인마다 주당 5시간, 2만5천원(시간당 5천원) 가량 임금을 추가지급하게 되면 긴축 경영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
임금 삭감없는 주 5일 근무는 중소기업들에게 이중의 인건비 부담을 요구한다.
현행 주당 법정근로시간은 44시간. 4조 3교대로 상대적으로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 경우 실 근로시간과 별 차이가 없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지만 3조 3교대 또는 2조 2교대의 지역 중소기업 실 근로시간은 50시간을 훨씬 초과해 주 5일 근무이후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되면 인건비 부담이 대기업보다 2, 3배 늘어난다.
지역의 경우 300명 내외의 중소기업은 법정근로시간 44시간, 법정 초과 근로시간 12시간을 꽉 채워 일하고 있고, 49명이하 업체 경우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주 20시간 이상의 잔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 총 2만4천515개 사업장 중 종업원 수 49인 이하 업체가 2만4천15개(97.9%)에 달해 소기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구 제조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합의안대로 임금 삭감없는 주5일 근무체제가 도입되면 중소기업 평균 임금부담은 주당 12시간이 늘어나 종업원 1인당 월 임금 상승분은 22만여원 수준에 이르고 대구지역 총 종업원 수 16만9천339명에 이같은 임금 인상분을 적용하면 주5일 근무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지역 인건비 상승 비용은 4천470여억원에 달하게 된다.
종업원수 68명에 지난해 매출액 40억원 중 인건비 비중이 10억원에 이르고 하루 4시간씩 잔업을 실시하는 모 업체 대표는 "주 40시간으로 바뀌면 인건비가 주당 14시간(시간당 4천원) 늘어나 연 1억8천78만원(18%) 가량의 인건비가 상승한다.
이는 기업을 그만두라는 소리인데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들은 뭘 먹고 사나"라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건비 추가부담을 안게된 대기업들이 1, 2차 하청업체로 납품단가 조절을 통한 원가 절감 압력도 지역 제조업체들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지역의 완성차 1차 하청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 임금 인상에 따른 하청업체들의 연 평균 원가 부담은 1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대, 기아, 쌍용 등이 내달부터 주5일 근무에 들어가면서 하청업체들의 부담은 배이상 커질 전망이다.
지역 제조업체들이 주 5일 근무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 산업 특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주력업종인 섬유 경우 1년 내내 가동을 멈출 수 없는 업종 특성상 대구.경북 1천여개 제직업체와 300여개 염색업체 중 상당수가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주.야간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자동차부품업체를 비롯한 주물, 도금 등 기계 관련 업체들의 토.일요일 가동률도 10~30%를 웃도는 실정이라는 것. 비오는 날에 작업 진행이 어려운 건설업계도 시공 기간에 맞춰 공사를 끝내야 하는 업종 특성상 장마 등으로 작업 차질이 발생하면 주5일 근무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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