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열차추돌사고-사령팀서 정지신호 안보낸 듯

입력 2003-08-08 13:03:36

8일 경부선 고모~경산간 하행선 구간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사고의 원인은 무궁화호 열차 운행지시를 책임진 부산사령팀의 과실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발생 구간의 통행을 책임진 부산사령팀에 따르면 이날 사고구간은 신호보완장치 수리.보수작업으로 인해 선로신호기가 모두 꺼져 있는 상태였다. 철도청 대구기관사 승무사무소측에 따르면 이날 열차 자동정지시스템은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신호 '계열시험'을 위해 꺼져 있었다는 것.

이로 인해 이날 열차는 자동정지 신호기를 보고 열차가 정지하는 '자동식'이 아니라, 사령팀이 기관사에 무선통신을 보내 열차운행지시를 내리는 '통신식'으로 운행됐다.

이에 따르면 열차가 통신식으로 운행될 경우 기관사는 사령팀으로부터 사전에 상황연락을 받아야 하지만 사령팀 과실로 인해 기관사가 연락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부산사령팀 관계자는 "사고 구간 신호기가 다 죽어있는 상태였다"며 "앞 화물열차가 경산역에 도착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무궁화 열차가 고모역을 출발, 경산역으로 향한데는 사령팀 과실이 있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만일 사령팀이 통신으로 제대로 지시를 내려졌더라면 기관사는 화물열차가 역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고모역을 출발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 부산사령팀 관계자는 또 "이날 통신식 운행에 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자세한 사고원인과 책임자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수습본부측도 사령실의 과실에 사고원인의 비중을 싣고 있다. 대구기관사 승무사무소측은 "신호기교체작업으로 인해 고모역~경산역 사이 1개 열차만 운행되도록 이날 시스템은 돼 있었다"며 "사령팀이 기관사에게 사전에 열차를 출발하지 않도록 지시해야 했는데 이를 어긴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사고가 사령팀의 운행지시 과실로 발생했다는 증거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 "운행하다보니 화물차가 눈앞에 갑자기 서 있었다"고 얘기했고, 사고를 목격한 승객들도 "기적소리 한번 울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사고구간은 평소에도 인근 경부고속철공사로 인해 공사차량들이 신호대기를 하면서 서행하느라 열차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던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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