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파격'임단협, 중기 경영악화 우려

입력 2003-08-07 13:35:31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등에서도 임금인상 및 주5일 근무제 조기 실시, 비정규직 처우 대폭 개선, 노조 경영권 참여 등 노조측 요구를 대폭 수용해 교섭을 마무리 지으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 및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 임단협 타결안이 향후 지역 중소기업에 급속히 확산될 게 뻔한데다 임금 인상과 주5일 근무제에 따른 대기업 인건비 상승은 곧 이들 기업의 하청기업이 주를 이루는 대구.경북 중소기업들의 원가 절감 등으로 이어져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경영이 어려워진 경주, 포항지역 협력 납품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사례마저 급증하고 있다.

포항지방노동사무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경주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들어온 현대자동차 연관업체들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은 모두 46개사에 이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인데, 임금삭감없는 주5일제 합의로 하청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

최근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한 지역 ㄷ금속 관계자는 현대차의 임금 삭감없는 주 5일 근무제 실시가 향후 지역 중소기업들 임단협에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금속 노사는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현대 등 대기업 노사 합의안을 참조키로 해 앞으로 지역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연월차 보장, 휴일 수당 지급 등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주 5일근무제 요구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관계자는 "주 42~44시간이 주를 이루는 지역 중소 제조업체들 경우 임금 삭감없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20%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1차 하청업체인 ㅍ산업 한 간부는 이번 사태가 하청업체들에 대한 원가 절감압력으로 이어져 영세기업일수록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불안해 했다.

현대, 기아 등의 2차 하청업체인 ㅂ정공 관계자도 원가 절감 요구를 견디다 못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외국인근로자 비중을 늘리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체들은 또 현대차가 노조의 일부 경영권 참여를 사실상 인정해 공장 축소와 폐지는 물론 해외 투자 및 외자 유치까지 노조원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구미지역 한 중소업체 대표는 "이번 현대차의 경영침해적인 노사합의로 외국인 투자유치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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