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명장 김복연씨

입력 2003-08-06 09:31:02

대구에서 유일한 한복명장 김복연(68.김복연 한복연구소)씨가 한복의 선과 단아한 멋을 창조하기 위해 쏟는 공력(功力)은 남다르다.

저고리의 부드러운 곡선과 치마의 쭉 뻗은 직선이 조화를 이뤄 기품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는 저고리의 겉바느질뿐만 아니라 그 안쪽 속바느질까지 완벽하게 일치를 이루도록 기운다.

한땀 한땀 바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한복의 생명인 우아한 선이 살아날 수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인정신으로 한복을 지은 지 48년. 지난해에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되는 영예를 입었다.

"게장을 만들때는 비린내를 없애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비법이듯이 한복은 태가 나면서도 편안해야 하는 게 기술"이라는 김 명장은 아무리 거미줄처럼 얇은 모시저고리라도 도련만은 동글동글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앉힌다.

김 명장은 어릴 때 침모의 등 너머로 한복을 배우기 시작, 이미 17, 8세부터 한복을 짓기 시작했다.

한창 시절에는 새벽 3~4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20시간 이상씩 한복을 짓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한복짓기에 투자할 뿐 아니라 한복에 쏟는 정성도 유별나다.

김 명장은 여러 공정을 거치는 한복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작업을 고집한다.

그래서 염색은 물론 수놓기도 외주를 주지 않고 며느리와 함께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그래야 한복의 선과 디자인 그리고 은은한 장식에서 풍기는 멋이 일치를 이뤄 품위를 유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명장이 반백년 동안 한복을 지키고 발전시켜오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통의상인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홍보활동을 펴는 것이요, 또 하나는 서구식 의상에 밀려 점차 일상에서 멀어져가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 명장은 국내외에서 한복쇼를 여러 번 열었다.

이미 95년에 프랑스 마르세유 박람회에 출품했고, 지난 97년에는 대구한복협회장으로서 일본 기모노협회와 함께 한복.기모노의상발표회를 동시에 열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한국 민족옷 축제에 참석, 한복의 흔적이 처음 발견된 고구려 고분벽화 복식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 한복까지 발표했다.

대구에서도 여러번 한복발표회를 통해 서양복식과는 또다른 오리엔탈리즘의 멋을 선보인 김 명장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인 2003 하계 U대회의 도우미들이 입을 한복도 직접 지었다.

저고리 도련정리에 관한 비법을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기술이라고 털어놓는 김 명장은 한복이 세계최고의 옷으로 자리잡는 그날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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