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탐방-대구 달성공단 풍전TT

입력 2003-08-05 09:22:47

"섬유 자체가 사양산업이 아니라 기술개발없이 남의 것만 베낄 줄 아는 일부 기업들의 풍토가 섬유를 사양산업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도 않는다는 기업가 정신과 신기술.신제품을 보호하는 정책적, 제도적 노력이 아쉽습니다".

대구 달성공단에 위치한 풍전TT(Tech Textile) 이일현 대표는 "지역 몇몇 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품 카피가 두려워 첨단 신기술을 마음껏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풍토가 변하지 않는 이상 대구 제직산업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어를 기다리는 업체가 아니라 바이어가 스스로 찾아오는 업체로 유명한 풍전TT는 '신기술이 신시장을 만든다'는 기업 이념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는 제직업체다.

풍전TT는 출원 17건, 등록 5건 등 신규 특허만 22개에 이르는 업체로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관한 한 국내 1, 2위를 자신하는 업체다.

이일현 대표는 "사상유례없는 대불황으로 풍전TT 또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어떤 악조건속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며 "타 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 기술력이 풍전TT의 생존비결"이라고 말했다.

풍전TT의 주력 제품은 '극세사 클리너'로 불리는 산업용 섬유다.

극세사란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이하인 매우 가는 실로 닦임성, 흡수성, 보온성, 항균성이 우수해 현 세계 섬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첨단 화학 섬유다.

풍전TT는 목욕용, 미용용, 유아용, 안경용, 걸레용 등 극세사로 만든 각종 클리너를 생산해 은성 등 국내 업체와 미국, 일본 등의 해외 업체에 직수출하고 있다.

풍전TT는 총 직기가 27대에 불과하지만 광폭(3천400㎜), 소폭(1천750㎜) 래피어 직기를 활용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와인더기를 통한 면, 폴리에스테르 등 서로 성질이 다른 3가지 원사의 복합 연사 등으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풍전TT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연구개발실. 10평 남짓한 개발실엔 다른 업체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정경기, 복합연사기, 해연기, 유니크론(풍전TT가 자체 개발한 원사 가공기계) 등 5, 6종의 준비기들이 갖춰져 있고, 제품 검증을 위한 데니어측정기, 인장강도 측정기, 마찰시험기 등이 두루 설치돼 모든 신제품들의 탄생을 주도한다.

주선희 연구개발과장은 "다른 업체들 경우 경사, 위사의 단순 변화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지만 풍전TT는 준비기를 통해 원사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며 "40~50가지의 샘플을 동시에 제직할 수 있는 자체 시직기를 갖춰 바이어 선택 폭도 그만큼 넓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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