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시인 300여명에게 매일 e매일 전송

입력 2003-08-02 08:38:39

'오늘은 무슨 시조가 와 있을까'.

대구의 여류시인 김소운(54)씨는 매일 아침 컴퓨터 이메일로 전달되는 시조 한수와 맛깔나는 해설을 읽는 재미로 하루를 시작한다.

피서 절정인 8월 첫 날을 여는 1일 전송된 시조는 겨울철을 배경으로 한 대구 파계사 석성우 스님의 '산란' 한 수.

'어느 날 어느 별에/가누어 온 목숨이냐'로 시작된 산란은 '산창에 빛을 모아/고쳐 앉은 얼음속을/장삼도 먹물에 스며/남은 날이 춥고나'로 끝맺고 있다.

김시인 뿐만 아니라 대구서 직장생활하는 이모(35)씨와 이씨 동료 박모(42)씨 역시 이처럼 아침마다 전송되는 시조를 읽는 것으로 하루업무가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조에 곁들인 독특한 해설은 시조 읽는 맛을 더해 준다.

이들처럼 매일 아침 시조를 받아보는 사람들은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에 흩어진 문인·교사 등 무려 300명에 이른다.

'아침시조'란 이름으로 이들에게 아침마다 어김없이 짧막한 해설을 곁들인 시조 한 수를 보내는 주인공은 바로 대구의 시조시인으로 달성군 용계초교에 근무하는 이정환(49) 교사. 지난달 31일부터는 가족여행을 떠난 울릉도에서 시조를 보내느라 더욱 힘들다고 푸념(?)하면서도 꼬박 보낸다.

지난 6월20일부터 아침시조 전송을 시작한 이 시인은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시조를 보내고 시조 관심을 높이고 시조보급에 나서겠다"면서 "100회가 되면 그간의 시조들을 모아 책으로라도 발간할 계획"이라 밝혔다.

자신이 소장한 1천여권의 시조집과 각종 시조관련 자료를 참조, 읽기 쉽고 따라 외기도 좋은 시조를 주로 뽑아서 보내는 이 시인은 "시조 선정도 어렵지만 독창적인 해설을 하는 것도 쉽잖아 요즘은 새로 글쓰기를 배우는 기분"이라 말했다.

'밝고 상쾌한 하루를 위해' 이 시인은 오늘도 내일 아침시조를 위해 고민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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