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섬유도시'의 딜레마

입력 2003-08-01 14:26:50

요즘 '대구시는 섬유를 박대하지 말라'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에선 드물게 산업용 첨단 섬유제품을 생산, 매년 10% 이상 매출을 증대하고 있는 우량기업조차 금융권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섬유업계가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는 한 단면이다.

이제 섬유업계와 대구 모두를 위해 '섬유산업이 갖는 의미'를 냉철하게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1980년대까지 섬유산업은 대구경제의 주축이었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발전의 커다란 동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가동이 어렵고, 기회만 닿으면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섬유업체들의 현주소는 더 이상 대구의 미래를 섬유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기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젊고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보람찬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창출하고 즐기는 곳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대구의 모습이 아닐까. 국가나 한 지역의 주력산업 역시 기술적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따라 새롭게 거듭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신의 아들과 손자들이 섬유업체에서 일하기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할 수 없다면, 대구의 몰락을 막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섬유가 사양산업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본질을 흐일 수 있다.

산업용 섬유, 나노섬유, 첨단 섬유소재 의료용 첨단섬유 등은 분명 21세기에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대구섬유의 주종을 이루는 제직과 염색 분야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의 도전에서 향후 10년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라는 점이다.

섬유업계 일부 인사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구의 지역산업진흥계획 잠정예산 중 최소 67%를 '포스트밀라노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구시는 50% 선을 고려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실패로 규정한 사업에 향후 5년간 지역산업진흥 예산의 절반을 쏟아붓는 것이 섬유업계를 홀대하는 것일까. 석민기자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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