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내가 아름다운재단에 상근하기 시작하면서 확인해보니 이 재단의 간사 월급이 100만원을 훨씬 밑도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모두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최저 생계비가 되지 않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다.
모두들 대학을 나오고 다른 기업체에 근무하였다면 몇배는 월급을 더 받았을 것이다.
더구나 좋은 회사를 포기하고 이런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하면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한 간사도 있었다.
금년초 상임이사인 내가 일단 월급을 20만원만 올리자고 제안하였다.
그러자 간사들은 자체 회의를 열어 20만원은 너무 많고 10만원만 올리는 것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수차례 강력한 지시성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주장을 철회하지 않아 결국 10만원 인상으로 낙착되었다.
이제 이들의 월급은 간신히 100만원을 넘어섰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재단에서 일한다.
사장이 월급을 올리자는데 종업원들이 회사 사정을 고려하여 조금만 올리자는 격이다.
오늘날 노사분쟁이 끝갈 데까지 가고, 정치권의 소란스러운 논쟁, 지역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재단에서 일하는 나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서로의 불신과 분노와 증오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간의 통합과 결속, 이해와 사랑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신문과 방송이 전하는 주요 뉴스들은 마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양상을 보여준다.
온갖 갈등과 대립의 모습 뿐이다.
과연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의 핵심은 상호간의 오해와 불신이다.
노동자는 사용자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분식결산을 일삼으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복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거나 회사의 번영보다는 자신들의 임금인상에만 신경을 쓰고 사회적.국가적 번영을 좀먹고 있다고 간주한다.
여당은 야당이 무조건 반대와 비판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여당이 자신은 탄압하고 국정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런 오해와 불신으로 인한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사와 약사들간의 분쟁, 전교조 교사들과 교장들의 갈등이 한차례씩 우리사회를 태풍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이 순간에도 새만금매립문제와 핵폐기물매립장유치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하게 정부와 민간, 지역과 지역이 대립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왕도는 없다.
그러나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싸우고 있는 쌍방의 어느 일방이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와 양보를 제안한다면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오늘날 이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먼저 자신이 가진 이익을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포기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리더십은 바로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만약 정치인들이 보다 겸허해지고 보다 더 가난하게 살기를 결심한다면 상대방의 존중과 더불어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날 경제계의 지도자들이 보다 더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자기결단을 한다면 모든 국민은 이들에게 박수를 칠 것이다.
얼마전 노사분쟁의 해결에 관한 네덜란드식 모델이 우리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나라마다 시장과 노동계의 조건이 다른 만큼 그대로 적용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노사의 대타협을 이룬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자기 희생과 양보의 정신이다.
작은 양보와 희생이 사실은 자신에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주기 마련이다.
끝까지 대치를 거듭하다가 공멸의 길에 이르기보다 상호 양보와 희생을 통해 더 큰 이익과 공동의 번영을 가져오는 사례는 수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간단한 논리와 경험과 가르침을 실현할 수 없는 천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누군가 먼저 양보하고 희생을 결심하라. 그것은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고 국민들로부터 박수받고 종국에는 자신과 상대방, 나아가 우리사회를 화평과 번영의 길로 인도하는 지름길이다.
박 원 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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