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수시모집...신입생 유치전 '과열'

입력 2003-07-31 14:10:02

"도대체 대학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한심합니다.

서울.대구 등 도시권 전문대들이 백화점 세일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입생 모집에 열을 올리면서 지방 학생들을 공략하는 바람에 지방전문대들이 신입생 유치에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들어 한동안 주춤했던 대학들의 올해 신입생 유치전이 최근 고교 보충수업이 시작되면서 재개돼 일부 교육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전문대들도 수시모집이 가능해지면서 대부분 대학들이 9월 수시모집을 통해 전체 정원의 50%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일찌감치 입시전으로 돌입, 학교 홍보에 가세하는 바람에 학생 유치전이 더욱 뜨겁다.

수도권 대학뿐 아니라 지난해 대규모 미충원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대구.부산 등 지방 광역시 전문대학들도 상하위권 가릴 것 없이 이번 수시모집에 사활을 걸면서 공공연히 '공짜로 신입생 모셔가기'를 내세우고 있어 지방 전문대들의 입시홍보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안동지역 한 실업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한 입시홍보행사에서 만난 경산지역 모 전문대 입시담당자 김정훈(47)씨는 올해 학생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자체 분석에 따라 수시모집에서 정원의 50%를 채워야만 한숨 돌릴 수 있어 각 대학마다 수시모집 지원자에게 등록금.기숙사 면제 등 특혜를 내거는 등 신입생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안동 등 북부지역 전문대들도 대부분 전체 정원의 50%를 수시모집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일찌감치 장학금 지급 등 특전을 내세운 학교 홍보물을 배포했지만 도시권 대학들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도 연계교육장학금, 취업준비장학금, 기숙사생활장학금, 교사추천장학금 등 각종 장학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대학은 10억여원을 투입해 첨단시설을 갖춘 집중강의실 설치와 냉난방시설 등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대대적 시설투자를 서두르는 등 우수학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대구권 모 전문대의 경우 학생회 간부 및 예.체능 특기자에게 200만원의 장학금을 주고, 친구들과 함께 지원하면 별도로 150만∼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사실상 공짜 입학특전을 부여하고 있고 게다가 기숙사 무료 제공 등으로 지방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같은 물량공세는 일단 신입생을 확보하면 2, 3년(3년제 학과의 경우)동안의 등록금으로 충분히 홍보비용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모 전문대 입시 담당자는 "도시권 대학들의 물량공세는 정도를 넘은 것"이라며 "올해는 모두가 수시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어 입시홍보전이 여름방학으로 앞당겨졌다"며 수시모집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방 전문대 교수들은 직접 학교.학과 홍보물을 챙겨 실업고 진학반 학생들을 집중 공략하는가하면 재학생들도 친구.후배 등에게 학교를 홍보하는 등 여름방학이 뜨거운 신입생 유치전으로 변했다.

모 실업계 고교 황동호(52) 입시담당교사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대학 입시설명회가 열릴 정도로 치열하다"면서 "일부 도시권 대학들은 공공연히 학생추천 1명당 수십만원의 현금지급을 제의하는 등 대학이 신입생 확보를 둘러싸고 완전히 시장바닥이 된 기분이다"고 우려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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