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판사의 씁슬한 독백

입력 2003-07-30 13:42:20

현직 판사가 운전중 교통사고로 봉변을 당할 뻔 했으나 무혐의 처리되자 재판할때 판결에 앞서 한번 더 상황을 점검하는 등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뀌게 됐다는 얘기….

며칠전 창원지방법원 모 지원 소속 판사가 운행중 느닷없이 자신의 승용차 뒷편을 들이받히는 접촉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 판사는 놀라기도 한데다 사고 당시 신호를 받아 정상 운행중이었으므로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판단,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

이때 가해차에서 내린 험상궂은 상대 운전자 왈, "××새끼, 눈구녕 어디다 깔고 다니느냐"며 공갈부터 쳤고 마침 지나던 운전자까지 한편이 되어 "당신 잘못이니 경찰에 신고해 봐야 좋을게 없다.

변상해 줘라"며 해결사로 나섰다.

법관으로서 그럴 수는 없는 일. 판사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현장출동한 경찰관의 공무집행 상황이었다.

초동 현장조사는 뒷전이고 상대 운전자와 친분이 있는 듯 "사건화 해봐야 당신이 불리하니 좋게 해결하라"며 으름장까지 놓았다는 것.

판사는 자신이 피해자이면서도 가해 운전자는 물론 목격자로 나선 사람과 경찰까지 모두 한통속이 돼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현장을 직접 당한 것이다.

잘잘못 시비를 최종 판정하는 것은 판사의 몫. 결국 판사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창원지법 모 지원 아무개 판사인데, 잘못이 없다"며 신분을 밝힌 것.

최종 판결은 간단히 끝났다.

경찰이 앞서고 목격자와 운전자가 한목소리로 판사의 몫인 '무죄(?)' 판정을 내렸다.

이 황당무계한 현장 경험을 한 이판사의 독백…. "산더미 같은 사건 기록만 믿고 판결한 것들이 부끄럽다". 이후 이 판사는 "당해 본 사람은 억울함을 알 것"이라며 모든 사건사고 재판과정에서 보다 신중할 것을 결심했다고 전한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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