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마음만 먹으면 구한다"

입력 2003-07-30 11:35:33

공항 등 검색도 '구멍'...전문가들 대책 촉구

대구 삼덕동 권총강도 용의자 김모(38)씨에게서 총기류가 대량 발견되고 김씨가 구입 장소.방법.가격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종류든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진술했는가 하면 공항.항만 등의 총기류 검색 장치에도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 범죄에 안전할 수 없다는 불안감(본지 24.25일자 보도)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는 29일 경찰 조사에서 "총기는 3년 전부터 서울 청계천의 군용품 가게를 돌며 업주들에게 명함을 남겨 나중에 연락을 받는 방법으로 구입했다"며 "1정당 150만~2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국내 불법 총기류 유통경로와 관련해 그간 떠돌던 추정이 처음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불법으로 밀수.개조돼 유통되는 총기류가 수천 정에 이르고 그 수가 해마다 느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불법 유통이 공공연한데도 경찰은 유통 규모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전국에서 단속.압수한 불법 소지 권총은 14정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불법총기 단속을 전담하는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서울 세운상가, 청계천 군용품점, 부산 초량동 및 러시아 선박 정착부두 등에서 총기가 불법 거래된다는 정보가 있어 몇년 전부터 수사를 펴고 있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며 "점조직 형태로 거래될 경우 현재의 일제단속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중국 등으로부터의 총기류 밀반입에 대해서는 무방비이고, 범죄를 목표로 한 밀반입은 공식 인정하지조차 않고 있다.

반면 공항.항만 등의 밀반입 관련 검색 장치에도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 대형 총기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인천공항 세관에서 불법총기류를 가지고 들어오다 검색대에서 적발된 사례는 16건 정도이나, 김포공항 시절의 '일제검색' 방식이 2000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선별검색' 방식으로 바뀐 뒤 밀반입 총기류가 그냥 통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자유무역지구인 마산이나 외항선이 자주 드나드는 부산 등에서는 외국 선원들이 선박 수리를 기다리며 별다른 검색 절차 없이 체류할 수 있어, 외국산 총기류 밀반입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박순진 교수는 "용의자의 총기 구입 관련 진술이 사실이고 실제 범인이라면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불법유통된 총기가 범행에 쓰인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경찰은 국내 불법총기 유통 가능성을 공식 부인해 왔지만 지난 5월 부산 러시아 마피아 총격사건의 예로 보더라도 구 소련 붕괴 후 국내 총기 반입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기 밀반입과 유통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경우 조직폭력배 등이 총기로 중무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이때문에 박 교수는 "경찰이 총기 관련 범죄 발생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고 세관.국정원 등 관련기관과 공조체제를 서둘러 구축해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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