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윤 대구 동구청장의 총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관계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당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지역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에 대한 공천권을 갖고 있었다.
특히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굳어진 탓에 공천을 주는 국회의원과 공천을 받는 단체장은 엄연한 수직적 상하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그런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동안의 '국회의원=공천권자, 단체장=피공천자'라는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당원과 주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상향식으로 공천제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서 그런지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단체장들 가운데 총선을 노리고 있는 인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체장의 프리미엄이 대단한 것도 원인이다.
지명도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단체장이 국회의원을 훨씬 앞지른다.
종종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의전 문제로 잡음이 일어나는 것도 단체장의 위상 강화와 국회의원과 단체장 두 사람간의 신경전이 원인이다.
'형님먼저 아우먼저'가 아니라 서로 "내가 어른"이라고 우기기 때문이다.
같은 당 소속이면 좀 덜해도 소속이라도 다르면 으르렁대기 일쑤다.
거물급 국회의원이면 단체장과 상하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지역 행사를 주관하거나 주요 내빈이 되는 단체장의 입김으로 국회의원이 '물 먹는' 사례도 늘고 있다.
때문에 같은 정당 소속일 경우 국회의원도 단체장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쓰고 단체장도 국회의원에 대한 배려에 주력해 불협화음을 막고 있는 것이다.
총선이 있으면 국회의원이 단체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지방선거에서는 단체장이 국회의원의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공생관계이기도 하다.
특히 단체장의 통상 업무는 그 자체가 광의의 선거운동이다.
단체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려 할 경우 무려 6개월 전에 사표를 내도록 법으로 정한 것도 국회의원들이 단체장의 파워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본사가 창간 57주년을 맞아 최근 선정, 발표한 대구.경북 정치권 뉴리더 10인에서도 전.현직 단체장 3명은 선정위원들로부터 25표를 얻는 저력을 과시했다.
3명의 국회의원이 얻은 표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현직 단체장의 엄청난 프리미엄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회의원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인이다.
때문에 단체장의 총선 출마설이 나도는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은 서로 당적이 달라 지방선거에서 한차례 간접적인 경쟁을 벌였던 지역에서는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한나라당 단체장이지만 경북 김천과 문경 두 지역은 단체장들이 무소속이다.
지역에서는 유이(唯二)한 사례다.
특히 김천은 무소속인 박팔용 시장의 출마설이 파다해 더욱 그렇다.
아직 출마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과 박 시장의 대결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무소속이나 신당 간판을 내걸 것이라는 소문이다.
신영국 의원과 박인원 문경시장도 무난한 관계는 아니다.
2000년 총선에서 박 시장은 신 의원과 겨룬 신국환 전 산자부 장관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신 의원은 박 시장과 간접 대결을 벌였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도 직접 대결은 아니라고 해도 경쟁관계는 불가피하다.
일부 당적이 같은 곳에서도 신경전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행스럽게 대구 동구나 경북 구미시 같은 경우는 선거구 분구가 예정돼 있어 단체장이 출마하더라도 현역 국회의원과 충돌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좋게 지역구를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출마 예상자들의 비난은 피할 수 없더라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와의 대결은 피하고 보자는 계산도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대구 북구는 이명규 청장의 출마가 확정되면 갑구든 을구든 국회의원과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이 청장이 소속을 바꾸지 않을 경우 박승국 의원이나 안택수 의원과는 공천과정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단체장이 현역 국회의원과 공천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지명도 등을 감안할 때 누가 뭐래도 단체장은 국회의원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특히 단체장이 내리 3선을 해서 더 이상 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지역의 경우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이 혹시나 총선에 나오지 않을까를 우려해 단체장의 거취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3선인 단체장은 대구에서 이명규 북구청장, 김규택 수성구청장, 황대현 달서구청장 등 3명이다.
경북에서는 박팔용 김천시장, 김관용 구미시장, 김근수 상주시장, 정해걸 의성군수, 김상순 청도군수, 김우연 영덕군수 등 6명이다.
이동관기자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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