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발코니(베란다) 확장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발코니를 터서 거실이나 방으로 쓰는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최근 주택업체들이 '확장형 발코니'를 분양조건으로 내거는 등 발코니 불법개조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 "발코니의 불법 개조를 철저히 조사,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강력 단속 방침을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주택협회 등에 통보했다. 또 발코니와 거실간 창문틀을 없애고, 외부 커튼 설치부분을 유리로 막아 시공하는 경우 발코니를 분양면적으로 봐야한다는 유권해석도 지자체에 통보, 건축행정 집행에 반영토록 했다.
건교부는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에 확장형 발코니를 설치해 불법 개조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모델하우스는 물론이고, 관련 분양광고까지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교부는 새 입주 아파트의 경우 사용승인 후 2~5개월간 공무원의 확인점검과 함께 주민신고제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이 단속을 소홀히 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초강수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주택업체와 아파트 입주자들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너나없이 베란다 불법확장
대다수 새 아파트 입주자들은 분양받은 면적으로 작은(자녀) 방에 피아노.침대.책상 등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입주 전에 베란다 바닥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보일러 코일을 깔고, 10㎝내외의 콘크리트를 다시 쌓아 바닥을 들어올린 뒤 방으로 쓰는 개조작업을 하는 추세다. 거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평형이 크고 작은 것과는 무관하게 거실을 더 넓게 쓰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개조 시공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 베란다를 거실이나 방으로 확장하는 시공으로 인해 버려지는 콘크리트와 창틀, 창문 등 자원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다. 확장 시공비도 평형별로 수백만원에서 억대로 만만찮게 들어 계층간 위화감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수요자들의 심리를 읽어 대부분 주택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아예 모델하우스를 확장형으로 꾸민 뒤 분양 안내문과 광고에도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도를 선보이고 있다. 종전까지 베란다 확장은 '불법'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테리어 업체들이 주로 시공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주택업체들이 아예 모델하우스를 통해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치고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데도 감독관청인 구.군청은 지도 및 단속을 눈감아주고 있어 발코니 불법 확장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 분양러시를 이루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계약 때 소비자와 별도의 확장 계약을 하고, 한꺼번에 시공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등 건설업체가 불법행위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아파트 베란다 폭은 대개 1.5~2m선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평균 1.2m에 불과했으나 최근 건축법은 그 폭을 2m(20%를 조경시설로 꾸민다는 조건)까지 허용했다. 따라서 32평형짜리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 면적을 확장하면 전용면적이 5평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불법 시공의 유형들
베란다를 거실이나 방으로 바꾸려면 반드시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으로부터 개조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조가 건물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등 가벼운 재료로 바닥을 높이는 정도는 문제가 안되지만 발코니 바닥에 난방 코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로 바닥을 높이는 것은 엄연한 불법으로 분류된다. 거실과 베란다 사이의 창문틀을 없애는 것은 물론 창문틀을 벽체에 고정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설치한 것도 불법이다. 설계면적 이상으로 베란다를 늘리는 것도 금기 사항. 작은 방을 터 베란다에 난방코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로 바닥을 높이는 것도 마찬가지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아파트 준공승인이 난 뒤 구청에 신고하면 확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도 바닥을 나무같은 경량재로 메우고, 거실과 베란다 사이의 창틀을 그대로 둬야 한다. 거실문틀 양쪽에 있는 벽이 건물의 구조와 관련된 내력벽인 경우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바닥에 콘크리트 깔거나 창틀 뜯어내면 위험
확장 부위에 피아노나 책장 등 무거운 물체를 놓으면 위험하다. 건축 전문가들은 대개 거실보다 낮은 베란다에 콘크리트를 10㎝ 내외의 두께로 쌓아 방으로 터서 사용할 경우 발코니가 적정하중보다 많은 무게를 받아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확장 공간에 피아노 등을 올려놓아도 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파트 건축 때 확장에 따른 구조안전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란다에 콘크리트 등 중량재를 깔면 자체 무게를 못 이겨 안전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화재발생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릴 '안전지대'가 사라져 생명에 위협을 바로 받고, 완충 구간이 없어 곧바로 위층이나 옆집으로 옮겨 붙을 위험이 있다.
◆불법개조에 대한 처벌유형들
베란다 불법 개조로 적발되면 관할 구.군청이 원상복구를 명할 수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불법면적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이행강제금을 연 두 차례 부과할 수 있다. 분양받은 면적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살고 있으므로 만약 행정당국이 확장공간을 전용면적에 포함시킬 경우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베란다를 아예 방이나 거실로 터서 완공한 경우는 완공 아파트의 형태와 설계 도면이 다르면 관할 구청으로부터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다. 결국 불법건물 취급을 받는다. 이 경우 불법 개조한 베란다를 원상복구 할 때까지 입주하지 못하게 된다.
◆주택업체 입장
베란다 확장 강경단속에 대해 주택업체들은 "시장상황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제도적 보완조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 계약자가 확장형을 선호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란다 확장이 준공 이후 개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자재낭비와 구조훼손 등을 초래하므로 아예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베란다를 확장토록 하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주택협회는 물론 지자체까지 베란다 확장을 허용, 시공권을 건설사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제도 개선안을 수 차례 건교부에 건의한 상태다. 차제에 베란다를 건축면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태왕 권준호 부사장은 "현재의 시공상태라면 웬만한 하중을 견디게 설계돼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며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확장 관련 조항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베란다 확장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가 여전한 데다 아파트 면적이 달라지는 데 따라 등기수정과 세금문제가 발생한다"며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주자 입장
입주(예정)자들은 발코니 확장은 이미 일반적인 추세로 건물안전에 이상이 없는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대부분 입주자들은 영세 인테리어 업체 등과 확장공사 계약을 하고 있어 단속을 할 경우 돈을 날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아예 믿을 수 있는 건설사가 확장공사 까지 해 줬으면 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적지않은 입주자들은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아파트는 안전거주를 보장받도록 불법 베란다 확장을 반대하며, 일본이나 독일 등지에서 베란다 불법확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단속 효과
"베란다 확장에 따른 안전문제가 여전한 데다 아파트 면적이 달라지는 데 따른 등기수정과 세금문제가 발생한다"며 단속 입장을 분명히 한 건교부는 건설업체들의 모델하우스 내 확장형 베란다 설치를 막아 소비자들의 오해를 없애고, 새 아파트 입주 전 개조행위를 강력하게 막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입주 아파트의 60~70%가 베란다를 터서 확장하고 주상복합아파트는 아예 시공단계부터 대부분 확장형으로 설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단속할지, 또 기존에 확장한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에 대한 단속형평성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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