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39호 홈런, 배리 본즈 넘본다

입력 2003-07-26 07:39:27

연장10회초 이승엽이 천천히 홈으로 들어오자 젊지만 신중한 SK의 조범현 감독은 모자를 한 번 고쳐쓴 뒤 나지막한 한숨을 토했다. 반대편 덕아웃에서 무뚝뚝하고 꼼꼼한 삼성의 김응룡 감독은 무표정한 얼굴 한편에 안도감을 드러냈다. 최근 경기에서 특유의 끈기를 잃어버렸던 인천SK는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구삼성과의 경기에서 끈끈한 경기 운영방식을 되살렸지만 이승엽의 시즌 39호 결승 솔로홈런에 7대6으로 주저앉았다. 4시간의 접전끝에 삼성은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수원현대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다섯번째 타석까지 볼넷 3개에 안타 1개만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10회초 SK의 특급 마무리 조웅천이 바깥쪽에서 가운데로 약간 몰리는 초구를 던지자 여지없이 배트를 휘둘러 우중간 담장 너머 120m 날려보내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기면서 위대한 배리 본즈(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최소경기 40홈런을 넘보게 됐다. 천재적이면서도 오만한 좌타자 배리 본즈가 지난 2001년 시즌에 세운 82경기만의 40홈런에 비추어 천재적이면서도 겸손한 좌타자 이승엽은 이날 77번째 경기에서 39호 홈런을 날려 앞으로 4경기에서 1개의 홈런만 치면 또 하나의 세계최고 홈런을 세우게 된다. 올 시즌 이미 알렉스 로드리게스(미국 텍사스 레인저스)와 왕정치(일본 다이에 감독)의 최연소 300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던 이승엽은 내년 시즌 그가 가고자하는 메이저리그에 날아들 새로운 홈런 신화를 잉태하게 됐다. 또 시즌 최다 홈런 기록(54개)을 세웠던 99년보다 14경기나 빠른 홈런 페이스를 보여 한시즌 최다 아시아 홈런 기록(55개) 경신을 향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삼성은 5대3으로 앞선 8회말 등 부상중인 노장진 대신 마무리로 나선 김현욱이 SK 이호준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등 3실점, 역전당했다. SK의 저력에 휘말리는가 싶던 삼성은 9회초 강동우가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10회 이승엽의 극적인 솔로홈런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고 김현욱이 10회말 SK 타자들을 삼자 범퇴로 처리, 끝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대는 홈런 2위 심정수가 34호 홈런을 쏘아올렸지만 올 시즌 최장 경기 시간(5시간18분)을 기록한 경기끝에 대전한화에 7대10으로 패했고 광주기아는 난타전끝에 부산롯데를 9대8로 물리쳤다. 서울두산은 서울LG를 맞아 장원진의 3점홈런 등 타선이 폭발, 11대5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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