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표, 386 비서진 인책 주장

입력 2003-07-25 13:40:10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24일 제기한 청와대 문책설은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정 대표가 청와대의 원조를 구하기 위해 들고 나온 압박카드로 풀이된다.

정 대표측은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동안 검찰의 소환일정 정보를 청와대측이 미리 접수했으면서도 사전협의나 통보조차 하지 않은데 대한 반감이라는 해석이 많다.

▨청와대 인책론의 발단

24일 고위당직자 회의를 주재하던 정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하다 느닷없이 "집권초기 당정간 협력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에서도 자제하고 이에 맞는 인사개편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청와대에서도 당정협의에 어긋나는 일을 자제시키고 필요할 경우 문책인사까지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방사성 폐기물, 새만금 사업 등 난관에 부딪힌 사업들이 많아 당정협의를 통해 풀어나가자는 정도로 해석해 달라"며 파문진화에 나섰지만 '굿모닝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었다.

정 대표측의 한 인사는 "정 대표가 집권 당 대표이고, 검찰도 정부의 일원인 만큼 정상적인 당정관계라면 소환일정이나 통보 정도는 사전협의를 거쳤어야 했다"며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정 대표의 승부수

청와대가 정 대표를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의 희생양으로 몰아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고 정 대표측은 주장한다.

노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굿모닝시티 자금수수를 정 대표 개인비리로 몰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이날 문책론 발언 배경은 정 대표가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정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문책 대상에 대해 "문재인 민정수석 등 민정라인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386 비서진"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지목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22일 정 대표가 문 수석과 만났으나 문 수석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며 '희생양설'을 뒷받침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정 대표가 일부러 '희생양설'을 유도해 검찰 출두를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청와대 386 음모론을 거론하고 나온 것은 청와대를 자극해 일단 반응을 지켜본 뒤 검찰출두 여부를 결정하거나 최소한 희생양의 멍에를 벗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망

침묵하고 있던 정 대표가 칼을 빼들고 정면도전에 나선 이상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앞으로 상황변화가 없을 경우 청와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 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당정협의가 잘되게 하기 위해 인사조치 방안을 제시한 원론적인 얘기 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곧바로 "나중에 하나씩 구체화 될 것이다.

지금 다 까발리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후속타를 예고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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