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강도 석연찮은 의문점-사건 재구성

입력 2003-07-25 11:17:49

삼덕동 섬유업체 사장집 권총 강도 사건은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25일까지 이렇다할 뚜렷한 단서가 잡히지 않은채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사건 자체에서도 석연치 않은 의문점이 적지 않다. 사건 당시 상황을 피해자 이모(62)씨와 이 집 가정부 이모(67.여)씨의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사건이 일어나기 넉달 전 쯤 이씨집에 스스로 한국전력 직원이라 소개한 한 남자가 방문했다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이 남자는 이번 사건의 범인과 인상착의가 동일했다는 것. 남자는 "전기 계량기를 손보면 전기료가 훨씬 적게 나온다"며 공구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열었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잠시 뒤 가방을 닫고는 집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넉달이 지난 22일 오전 10시10분쯤, 이씨는 평소 하던대로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욕실로 향했다. 항상 집을 지키고 있던 가정부 이씨는 당시 집에 함께 있었던 여직원 유모(36)씨에게 '나는 병원으로 간다. 회장님께 차 한찬 끓여 드려라'고 말했다. 당시 여직원 유씨는 이 집 지하 사무실에서 의류 원단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 범인은 공사건물 옆 담장을 넘은 뒤, 열려진 안방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와 욕실에 숨어 있었다. 범인은 이씨가 욕실로 향하는 순간 권총으로 보이는 총기를 들고 욕실에서 갑자기 뛰어나와 "지갑을 내놓으라"며 위협했다. 이씨를 다그쳐 안락의자에 앉게 한 다음 범인은 갑자기 총을 1회 발사했다는 것. 하지만 이씨는 왼쪽 겨드랑이 근처에 약간의 통증이 있었을 뿐 크게 아픈 느낌을 받지 않아 장난감 총인줄로 생각했다. 총을 쏜 범인은 이어 전기충격기를 꺼내 2~3번 이씨에게 충격을 가했다.

당시 지하사무실에서 있던 유씨는 1층 거실에서 '따닥따닥'하는 소리를 듣고 1분 쯤 뒤 거실로 올라왔다. 거실로 올라온 유씨는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왼쪽 손에는 총을, 오른쪽 손에는 휴대용 칼을 들고 이씨를 위협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으나 이내 범인에게 제압당했다. 계속 "지갑을 내놔라"는 범인의 다그침에 이씨는 "안방에 있는 가방 안에 지갑이 있다"고 말했다. 곧 범인은 가방을 흉기로 찢은 뒤 지갑을 꺼내 지갑 안에 든 미화 2천200달러와 10만원권 수표 4장 등 모두 400만원 상당의 현금을 빼냈다.

이씨는 "지갑은 놓고 가라"고 말했고 범인은 지갑을 던진 뒤 이씨와 유씨를 안방으로 몰아, 러닝(셔츠)으로 손발을 묶으라고 지시해놓고는 밖으로 도망쳤다. 이씨는 5분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자 거실로 나왔고 범인이 보이지 않아 유씨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쳤다. 한참을 망설인 유씨는 10여분이 지난 후에야 112로 신고했다. 유씨는 이씨의 가슴의 상처를 보고 "뭔가 하얀 물체가 박혀있다"고 얘기했다.

오전 10시25분쯤 112순찰차 1대가 이곳에 도착해 이씨를 병원으로 후송했고 경찰이 현장을 방문, 수사가 시작됐다. 15분간의 급박했던 상황이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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