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 무조건 '퇴짜'...정책자금도 '개살구'
대구.경북 제조업체들에게 돈이 흐르지 않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들에 따르면 시중 금융기관들은 대구.경북 주력업종인 섬유 등 일부 업종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는 한편 각 영업점 여신 한도를 대폭 축소해 지역 제조업체들의 자금난 심화는 물론 신규투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더욱이 각종 정부 정책자금 또한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지역 중소기업들에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차세대 성장산업이라도 섬유는 무조건 안돼
산업용 섬유업체로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도 매년 10% 이상 매출액이 늘고 있는 ㄱ섬유업체는 최근 미국, 일본 등에 신제품 특허를 등록하고 이달부터 본격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은행 대출이 자꾸 지연돼 정상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실정에 처해있다.
이회사 문모 대표는 "산업용 섬유는 산자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명시한 첨단 분야지만 거래은행은 단지 섬유업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미루고 있다"며 "30년간 거래하며 연체 한번 한 적이 없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인증받고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ㅇ섬유업체 김모 대표도 "미-이라크 전쟁, 사스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다 최근 1억원의 일반 대출을 신청했지만 서류심사마저 거절 당했다"며 "금융기관은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첨단 섬유업체까지 사양산업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체들은 사양산업으로 분류된 섬유업종은 담보 인정비율이 50% 이하까지 추락했다며 금융기관들은 업체의 기술력 성장성 등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자기자본비율 평가 앞두고 은행권 여신 강화
안경, 기계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시중 은행 대구지점의 여신 한도가 대대적으로 축소돼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업체들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상반기 평가를 앞둔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축소를 본격화하면서 40억~50억원에 이르던 대구지역 영업점장의 여신 권한이 본점 여신 강화 지침에 따라 30억원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것.
모 기계업체 관계자는 "최근 거래은행에 7억원 상당의 신용대출을 문의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며 "담보물이 씨가 마른 지역 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금융기관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제조업체들은 무려 6조원에 이르는 정부 정책자금 또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책 자금 지원은 시중 은행의 일반 대출조건과 별 차이가 없어 충분한 담보가 없을 경우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정책자금 대출조건 까다로워 무용지물
실제 매년 40억원씩 대구.경북섬유산협회에 배정되는 자본재시제품개발자금 경우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2001년부터 3년간 단 한 개 업체에도 지원되지 못한 채 낮잠만 자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 자금의 하나로 지역 섬유업체들에게 지원되는 산업기반기금(110억원) 또한 올해부터 취급기관이 대구.경북섬유협회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 바뀌면서 대출 기간이 기존 한 달에서 두 달로 늘어나 업체 불편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정부는 24일 은행경영 실태평가시 BIS비율 1등급 기준을 이달부터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종전 10%에서 9%로 낮춰 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로 하는 기업대출 활성화 제도개선 대책을 발표했으나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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