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담뱃값

입력 2003-07-23 15:15:29

옛날에 담배는 기호품뿐 아니라 종교의식과 의약품에도 이용됐다.

담배 연기로 신을 부르고, 악령(惡靈)을 쫓았으며, 약으로 만들어 외상이나 진통 등에 쓰기도 했다.

500여년 전 콜롬버스가 인디오들의 흡연을 유럽에 소개한 뒤 담배가 널리 전파됐으나 이미 기원전부터 중남미 대륙의 원주민들 사이에 애용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조 광해군 시절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흡연이 각종 암과 질병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담배는 '인류의 적'이며, '마약'과 같다는 소리가 높아가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근래에 '담배 규제 기본협약'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와의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공공건물에서의 흡연을 규제하는 등 각종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담뱃값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 이에 따른 말들도 많다.

심지어 '암은 거의 90%가 담배 때문에 생긴다'는 극단적인 말이 나오고,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흡연율이 2배나 높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 대표 자격으로 미국 UN본부를 방문중인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 규제 기본협약'에 서명하고, '현재 60.5%인 국내 성인 흡연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10월 정기국회 때 담뱃값 1천원 인상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모아지는 연 4조원 정도의 건강증진 부담금을 담배가 원인인 암의 검진과 치료, 암 병원 설치 등의 재원으로 쓰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담뱃값 인상안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물가 상승과 지방세 차질을 주로 들먹이다 최근에는 '범죄자를 양산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제 담배 밀수와 청소년 범죄, 나아가 서민 부담 증가의 부작용까지 따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1천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내기로 한 복지부는 그 같은 이유로 반대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응수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담뱃값을 올려서 소비량이 줄어든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 이후 4차례 인상했으나 흡연율이 떨어졌다가 3개월 뒤에는 원상복귀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비춰 이번 논란은 본질을 벗어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복지부는 건강증진기금을 늘려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려 하지만, 담뱃값을 올린다고 흡연인구를 과연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되레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흡연자들만 '봉'이란 말인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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