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0시쯤 경부고속도로 평사 휴게소 인근의 간이 버스 정류소. 대형트럭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갈 길이 먼 화물차들이 잠시나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전조등 불빛이 꺼지고 어둠이 짙게 내려선 대형 트럭 사이로 조그만 사람의 그림자가 잽싸게 움직였다.
주인공은 조그마한 배낭을 맨 중년 여인. 여인은 방금 주차한 화물차의 문을 두드렸고 잠시 운전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트럭으로 올라탔다.
한 20분쯤 지났을까. 여인은 차에서 내려섰고 화물차는 이내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 차량 행렬 속에 묻혔다.
한밤 고속도로 변에서 목격된 이 광경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의 현장이다.
일명 '커피쟁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야간에 고속도로 구간내 간이 정류소나 분기점 근처 공간에 주차하고 휴식을 취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접근해 성매매를 시도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이들 중 한 여인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녀는 취재진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뒤 100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들 틈으로 뛰어들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넘고는 반대편 정류장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당황한 취재진이 따라가려 했지만 고속도로 한 중간을 가로지를 용기는 감히 내지 못했다.
이 중년 여인은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고속도로를 아찔하게 무단 횡단하며 취재진을 따돌린 채 윤락을 했다.
윤락 여성들은 주로 대형 화물차 운전사들에게 커피를 사라며 접근한다.
승용차나 작은 화물차는 외부에 노출이 될 우려가 크지만 대형차의 경우 운전석 뒤편에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윤락행위가 더욱 쉽기 때문. 이들은 마치 노점상처럼 자기 구역에 붙박이로 머물거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화물차가 모여 있는 곳에 들러 매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차 운전사 이모(46.대구 노원동)씨는 "운전사들은 집에 머무는 날이 한달에 2, 3일에 불과하고 '화대'가 싼 탓에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면서 "심지어 구미 인근에는 60대 여성이 매춘을 한다"고 귀띔했다.
화물차 운전사들은 이런 형태의 윤락행위가 전국 고속도로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특히 규모가 큰 화물차 휴게소인 신탄진과 기흥, 안성휴게소 등에서는 주차장 내에서까지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 밤 포항에서 인천으로 화물을 운송한다는 안모(57.포항)씨는 "야간에 운전을 하느라 지친 몸을 쉬러 잠시 정류소로 들어오는데 자꾸 문을 두드리면서 깨우는 경우가 많아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상의 매춘이 성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당국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측은 불법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단속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경찰도 단속에 소극적이다.
대형 화물차의 경우 좌석의 높이가 상당해 바깥에서는 누가 타고 있는지 알기 힘들고 동승인이 있다고 해도 친척이나 부인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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