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 상인 오태곤씨

입력 2003-07-23 09:16:26

"어릴 때부터 밑바닥 생활을 하며 단련된 장꾼들에게 불황은 없습니다".

칠성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오태관(45)씨는 요즘 경기침체로 모두 어렵다고 하지만 60, 70년대 배고팠던 시절을 한번쯤 돌이켜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수준으로 마음만 굳게 먹을 경우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특히 성실함을 신조로 비수기에 대처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아온 상인들에겐 외환위기때나 지금이나 사실상 큰 어려움이 없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오씨의 생활사를 통해 역경극복과 장사에 있어서 성공비결을 살펴본다.

오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3세때 파계사밑 당시 경북 달성군 공산면 송정동에서 쌀 1말을 짊어지고 친구 5명과 함께 대구로 나왔다.

쌀가게서 판 돈으로 차비를 마련해 부산의 신발공장으로 일하러 떠났지만 너무 어린 탓에 취직을 하지못하고 다시 대구로 돌아와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게 된다.

6개월 뒤 다시 고정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물공장으로 옮겨 일했다.

잦은 야근에 월급이라고 해야 쥐꼬리만큼 주던 시절이라 연탄 살 돈이 없어 산에 나무하러 가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한번은 야근후 지친 몸으로 구들장이 깨진 줄도 모르고 불을 피우고 자다 등에 불이 붙어 고생을 한적도 있다고 한다.

이후 칠성시장에서 점원생활을 하며 5년4개월동안 50만원을 모아 고무장갑 노점을 차리게 된다.

노점상을 시작한지 1개월만에 고무장갑을 모두 도둑맞아 빈털터리가 돼 다시 점원생할을 하게 된다.

이 때 짐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면서 서문, 팔달, 관문 , 봉덕, 성당, 하양, 금호시장 등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점원생활로 70만원을 모은 뒤 800만원을 빌려 85년 반찬가게를 차리게 되는 데 그 동안 고생하면서 알게된 단골손님 덕분에 1년6개월만에 대출금을 모두 갚게 된다.

새벽4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또 친절하게 배달까지 해주는 모습을 본 고객이 오씨에게 솜씨가 있다며 무말랭이 무침을 해보라고 권하게 된다.

실패를 거듭한 후 3개월만에 사각사각하고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내게 된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어 하루 9말정도를 하루종일 만들었다고 한다.

무말랭이 무침하나로 재기에 완전히 성공한 셈이다.

점원시절부터 여러 가지 궂은 일을 도맡아 잘 처리하는 것을 본 주위상인과 고객들은 오씨를 '오박사'로 부르고 있다.

오씨는 현재 여러 가지 반찬과 젓갈류를 팔고 있지만 고객들의 주문을 바탕으로 직접 맛을 내기 때문에 불황기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요일이면 태안반도, 완도, 통영, 거제도, 지리산 등으로 맛기행을 떠난다.

지역 특산물을 직접 맛보고 맛깔스런 반찬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여행이라고 한다.

오씨는 돈을 조금 더 벌면 폐교 등을 빌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자신이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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