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파고가 갑자기 높아지는 가운데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이 지난 15일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그의 방북 결과에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하게, 다이빙궈 부부장의 귀국 다음날인 16일 한국과 미국에 방북 결과를 설명함으로써 최근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잰 걸음을 다시 보여줬다.
미국에 대해서는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고 우리 정부에 대해선 김하중 주중대사를 통해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설명 내용에 대해선 "중국이 밝히기 전에 전달받은 우리가 먼저 공개할 수는 없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한번 방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다이빙궈 부부장을 특사로 대접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까지 주선한 만큼 북핵 해결에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교부는 특히 쿵취앤(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5일 브리핑에서 다이빙궈 특사의 방북 결과에 대해 "중요하고도 유익한 방문이었다"고 언급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친서를 통해 북한에 다자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수용을 촉구했고, 북한도 다자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대변인의 언급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방북에서 중국은 '다자회담속 양자회담' 개최와 관련 당사국간 공동 북한체제 보장 등을 골자로 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북한을 배려하는 절충안으로 여러차례 거론했던 것인 만큼 북한도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이번 방북을 통한 대북 설득 등 북.미 중재에 적극 나섬으로써 북핵 문제가 급격한 대결국면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에 북핵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발등에 떨어진 불'로 다가오고 있어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미국이 제재로 대응,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 군사대결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현재 추진중인 경제개발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 핵재처리 완료 여부에 대한 미국의 최종 분석.판단이 조만간 내려질 것으로 보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과 대북 경수로 공사 중단 여부도 내달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도 중국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의 중재 성과에 대해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 체류중인 장성민 전 의원은 미국내 고위 외교소식통을 인용, "미 국무부가 8일 북.미접촉 후 내린 평가에는 '북한이 북.미 뉴욕채널을 공식창구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보려는 전략'이라는 대목이 있다"며 "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상당한 핵포기 압력을 넣고 있다는 정황증거로, 이같은 추정대로라면 다이빙궈 부부장의 방북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