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아파트 가격 조정기

입력 2003-07-17 12:12:14

대구 아파트가격이 춤을 추고 있다.

재건축대상이 올들어 한 달에 1천만원씩 오를 정도로 가격 변동률이 심했다.

신규 아파트도 이에 뒤질세라 분양가격 높이기 경쟁에 합류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많은 무주택자들은 '정상적인 생업활동만으로는 내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고 푸념한다.

최근 한 건설사가 평당 618만~938만원으로 분양한 주상복합의 초기분양률을 85%로 발표하자 주택업체들이 앞으로 분양가격을 얼마로 책정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500만~600만원대에 분양한 주상복합이 아직 상당량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성공 분양' 했다는 소식을 액면 그대로 분양가 책정에 반영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업체들은 대구의 아파트가격 저항선을 600만원대(최고급 기준)로 잡고, 그 이하 선에서 평형대별로 분양가격을 차등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등 아파트 분양가격 책정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지금 지역경제는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택시·이발소·미용실·술집·음식점·페인트점·세탁소 등 전 업종에서 IMF 때보다도 수입이 더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황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 와중에 집이라고 잘 팔릴 리 없다.

부동산업소들이 지난달부터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같은 시장상황을 감안, 시행·시공사는 분양가에 거품을 스스로 빼야한다.

내년 이후면 재건축과 신규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이처럼 수 만 가구의 공급 대기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가격이 더 오를 리 없다는 전망은 주택업체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젠 수요자들이 주도가 돼 아파트가격을 조정해 나갈 시점이다.

높은 분양가격이라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헌 집에서 새 집으로 옮겨가는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실수요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미분양을 우려한 사업자들이 분양가격 조정에 들어갈 것이고, 투기성 가수요 격감으로 분양권 프리미엄 거품이 걷힐 가능성이 있다.

경제부

황재성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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