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폐쇄성에 따른 배타성'이 될 것이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음대와 미대가 있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음에도 이것이 곧 지역의 문화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학연·지연을 고집하는 폐쇄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예술인들은 이를 인정하고 무엇보다 먼저 고쳐야 할 점이라고 지적하지만 밖으로 드러나거나 한 두 사람의 힘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구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ㄱ씨는 "대구가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공연 할 때마다 이질감을 느낀다"며 "대구 지역은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ㄴ씨는 "실력여부에 관계없이 학연·지연에 따라 서로 감싸주기가 심한 편"이라며 "이러한 분위기는 곧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최영은(대구음협회장)씨는 이러한 배타성의 원인을 자존심으로 풀이한다.
최씨는 "오래 전부터 대구예술계는 한강이남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거나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변화하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결국 끼리끼리 뭉치거나 다른 사람을 아예 배척하는 형태로 굳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배타성은 연고지 혹은 학연 중심의 지역주의나 패거리 의식으로 나타난다.
자신과 동류가 아니면 아예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흑색선전이나 대안 없는 비판으로 결국 분열을 심화시키거나 출신 학교간 대립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개막공연작인 오페라 '목화'의 경우 서울의 작곡가에게 작곡을 의뢰한 것이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구에는 대작 오페라를 작곡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 거의 없는데도 결과나 성과야 어떻든 "대구의 일이니까 대구의 작곡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 요지였다.
또 대구하계 U대회 기념 문화행사 개최 추진과 관련된 지역 예술인들의 행동도 이러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 대구예총을 비롯한 몇 개 회원단체는 독자적으로 행사를 추진했다.
U대회 조직위측은 대구예총으로 창구를 단일화해 종합적인 행사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각 단체들은 먼저 추진했다는 기득권을 내세워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다가 결국 어느 단체도 행사를 따내지 못했다.
역시 U대회 개최기념과 관련해 개최될 예정이던 '깃발축제'도 아예 취소됐다.
서울의 한 기획사가 치르기로 예정됐으나 대구미협이 뒤늦게 개입하면서 문제가 되자 U대회 조직위 측이 행사를 취소한 경우다.
이러한 사례가 불거지자 U대회 조직위와 대구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대구 예술인들의 폐쇄성이나 배타성이 도를 넘고 있다"며 "큰 행사를 앞두고 예술인들끼리 의견 조율이 안된다면 각종 행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타성이나 폐쇄성과 함께 또 다른 문제점은 '인재를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과 경쟁이 될만한 유능한 후배는 아예 키우지 않을 뿐 아니라 자생력 있는 인물의 경우는 실력보다는 사생활이나 성격 등 온갖 흠을 들춰내 '공적(公敵)'으로 만들어 가는 분위기다.
이는 곧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무시하고, 후배는 자신의 작업외에 후배들을 위해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는 선배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4월 대구문예회관장 공모나 현재 진행중인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직 공모와 관련된 잡음이나 협박성에 가까운 흑색선전은 대구문화예술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가 되고 있다.
이렇게 대구 예술계가 배타성이 심한 것은 몇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뚝뚝하고 비타협적인 태도로 인해 경상도 기질이라고 불리는 지역적 특성 탓도 있지만 예술계의 경우, 건전한 비평의 부재와 자신의 것만을 최고라고 고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잡지에 실린 한 두 마디의 비평으로 인해 당사자간 싸움으로 번지거나 선·후배, 사제지간이 남보다 못한 관계로 끝맺음되는 등 몇 차례의 전례에 비춰 보면 비평 문화의 정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연주가 ㄷ씨는 "서로의 예술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건전한 비평문화가 정립될 때 이러한 폐쇄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지만 스스로 비평의 대상이 됐을 경우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칭찬은 객관적으로 본 것이고 비판은 악의적인 흠집내기라고 받아들이는 이상 비평문화가 설 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숙재 교수(한양대 무용과)는 "배타성의 문제는 예술인들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고치기는 쉽지 않고 오히려 관객들의 문화인식을 높이는 데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관객들의 문화인식이 높아지면 예술가들은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폐쇄성에서 벗어나 보다 더 나은 것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정호 대구예총회장은 "지금부터라도 잦은 모임으로 언로를 터고, 서로를 이해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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