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 망언, 아사히 사설 비판, 재일민단도 성명

입력 2003-07-16 19:49:23

"불황으로 어려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는 거친 말, 공격적 언사가 대중에게 받아

들여지기 때문에 그런 계산에서 에토씨가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16일 사설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한

국인 등 일본내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인 취급한 에토 다카미(江藤隆美.77) 전 일본

총무청장관의 발언을 이렇게 비판했다.

아사히는 "종래의 교과서를 자학적이라고 비난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역사교과서에서도 '일본은 한국내 반대를 무력을 배경으로 제압하고 합

병을 단행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또 아사히 사설은 "에토씨는 '한일합방은 국제연맹이 승인한 것'이라는 등의 말을

했으나, 한일합방은 국제연맹 발족하기 10년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단순한 착오

인지, 의도적인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일민단 중앙본부는 망언 자진 철회와 사죄를 요구했다. 민단은 성명에

서 "에토의원의 망언은 식민지 지배 반성은 커녕 확신범적 행위일뿐만 아니라 과거

의 불행한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견해를 크게 일탈한 지극히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에토의원이 일본내 불법 체류자 모두가 범죄인인 양 발언한 것은 외국인

에 대한 편견을 이유없이 조장하는 인권침해의 위험성이 있는 발언으로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난징(南京) 대학살의 희생자가 30만 명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에토씨의 망언을

규탄하는 시위가 홍콩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난징 대학살을

잊지 말라. 중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이라는 역사적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

했다.

에토씨는 총무청장관이었던 지난 1995년에도 '식민지시대 일본은 한국에 좋은일도 했

다'고 말해 문제를 일으켰고 잘못을 사죄했으나 결국 사임했었다.

박순국 기자 toky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