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은 어떤 기업

입력 2003-07-15 12:01:54

갑을은 동국무역과 함께 대구를 기반으로 70, 80년대 섬유부흥기를 주도한 대표적 섬유업체지만 90년대 2세 경영인으로 박창호 전(前) 회장이 취임하면서 무리한 신규 투자가 화근이 돼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갑을이라는 이름은 창업주인 박재갑씨와 동생 재을씨의 이름 끝자를 합쳐 지어진 것이다.

1951년 대구 서문시장에 작은 포목점을 연 박재갑씨는 6년후 직기 24대 규모의 신한직물을 차리고 74년 동생 재을씨와 함께 갑을견직을 설립, 현 갑을그룹의 뿌리가 됐다.

82년 박재갑씨가 타계한 후 형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었던 재을씨는 80년대 말 조카인 박창호씨에 회장직을 물려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갑을은 폴리에스테르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최고 황금기를 구가하며 국내 최대의 섬유업체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박창호 전 회장 취임이후 지나친 신규 투자가 갑을의 발목을 잡았다.

박 전 회장은 탈(脫)섬유를 선언하고 비관련 분야로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갑을전자, 갑을기계 등의 대표적 신규사업을 벌이며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계속했다.

결국 갑을은 무리한 해외투자와 사업확장에 따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98년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절반 이상의 계열사가 폐업.법정관리.매각됐다.

갑을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001년보다 30.1% 늘어난 2천379억원에 달하고 있고, 매출액 또한 40.9% 감소한 2천363억원에 그치는 등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지난 4월 25일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박창호 전 회장은 모든 지분을 내놓고 지난해 은퇴한 상황으로 지금은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인으로 지정받은 서원태씨가 회사를 책임지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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