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섬유...-염색업계-(4)천연염색

입력 2003-07-15 09:18:07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멋있지만 뽐내지 않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향기가 물씬 묻어있는 가장 한국적인 색상".

수백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 고유의 천연염색은 최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 염색산업에 하나의 활로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오랫동안 주목 받아왔다.

산업자원부는 1999년 천연염색의 산업화 방안 마련에 들어가 경북대 및 한국염색기술연구소(염기연)는 산자부 기술개발과제로 2001년 국내 최초의 천연염색 공정의 표준화 및 대량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뿐 천연염색의 산업화는 여지껏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중소기업의 힘으로는 판로를 뚫기가 어려운데다 염색업체들의 투자노력도 전무해 지역 천연염색산업은 오히려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지역 천연염색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및 그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왜 천연염색인가

천연염색이 지역 염색산업의 활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성'때문이다.

순수 식물성 염료와 조제에 100% 의존하는 천염염색은 인체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아 환경친화 섬유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에 부합하고 별도의 폐수처리 공정이 필요없어 업체들의 원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천연염색의 또 다른 장점은 어떤 화학염료로도 흉내낼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뛰어난 색감이다.

꼭두서니, 자초(주홍색계), 쪽, 쑥, 회화나무, 자귀나무(청록색계), 황벽나무, 치자, 아기 똥풀(황갈색계) 등 천연 염료는 한국 고유의 은은한 색상을 대표해 그 자체로 뛰어난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천연염료 대부분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일부 몇 종을 제외하고는 우리주변에서 손쉽게 수집 될 수 있는 것들로 관련 제품 개발이 용이하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천연염색의 산업화 방안 마련에 착수, 염기연과 경북대는 2001년 국내 최초로 홍화, 자근, 쪽, 치자, 오배자 등 식물의 꽃, 잎, 줄기, 뿌리에서 추출한 염료를 지거(Jigger)염색기 및 액류염색기 등을 이용해 염색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일본이 공예품 천연염색에 한정되고 독일, 미국 등이 천연염재를 활용한 특정제품 개발을 추진중인 시점에서 지역 연구진의 염색기를 통한 상용화 기술 개발은 유례없는 성과로 업계는 평가했다.

또 국내 원단 및 의류 내수5곳 경우 염색기술연구소의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 천연염색은 기존 염색산업체제를 크게 뒤흔들 것으로 주목받았다.

◇기술개발은 성공, 사업화엔 실패

그러나 천연염색의 본격적 산업화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해결해야 할 기술과제가 남은데다 시제품 생산업체들은 신규 판로 개척에 실패해 하나둘씩 천연염색에 손을 놓기 시작했다.

2001년 5개에 달했던 염기연 시제품 업체 중 현재 남아있는 업체는 단 1개 업체로 그나마 주문이 들어올때만 소량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천연염색 원가는 야드당 3천~5천원 수준으로 다품종 소량화체제에 적합하지만 시장 개척에 실패할 경우 한순간에 망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시장 개척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체들은 기술적으로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원료확보가 어렵다는 점. 천연식물 내 존재하는 각종 염료성분이 식물이 재배되는 곳의 토양이나 기후 및 기타 재배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데다 보관이 어려워 부패 또는 변질되기 쉽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량으로 염색할 경우 불균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밖에 염료 염착성이 낮아 동일한 색상으로 염색할 경우 합성염료에 비해 많은 양의 염료가 소요되고 수세시 물의 소요량도 화학염료에 비해 배이상 많아진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이런 가운데도 시장에 유통되는 천연염색 제품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는 천연염색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천연염색 전문업체는 시장에 유통되는 90% 이상의 제품이 '가짜'라고 확신했다.

대부분이 합성염료에 천연염료 일부를 소량 섞고 있을 뿐이라는 것.

염기연 관계자는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황토염색이 대표적인 예로 대부분의 제품들이 합성염료 염색 후 황토 물질을 덧칠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책

지역 염색업체들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천연염색의 무한한 가능성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천연염색제품들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섬유수입국들이 친환경적 제품을 선호하는 조류에 따라 고급 여성의류, 유아복 수출시장에서 타 제품과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국내 고급 한복시장에서도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는 것.

지역 ㅎ천연염색업체 오모 대표는 "일본 기모노, 고급 인테리어 벽지 등 천연염색제품들은 고부가가치면에선 다른 어떤 제품보다 뛰어나다"며 "염색업체들이 한정된 아이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염색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염색업체 관계자들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시장개척이 뒤따르지 않는 한 아무 쓸모가 없다며 산자부 및 밀라노프로젝트 주관기관은 사업 추진시 철저한 시장 평가를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및 세계시장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시장 가능성을 예측한 뒤 이에 따라 특정 기술개발에 돌입해야 기술개발에 따른 부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

업체들은 천연염색 경우 일회성 기술개발로 끝낼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추가 기술개발과 함께 해외 수출업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장 개척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태경 염기연 염색연구팀장은 "업체들의 마인드 변화도 중요하다"며 "천연염색제품의 특성을 낱낱이 파악해 시장 전략을 다시 짜는 한편 불황 타파를 위한 적극적 투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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