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끄기 바쁜 청와대

입력 2003-07-14 12:26:52

청와대는 주말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굿모닝시티 수뢰의혹이 대선자금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서면서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 문재인 민정수석 등은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입장을 조율했다.

일요일인 13일 밤, 문 실장과 유 수석은 정 대표와 직접 만나 '대표직 사퇴권고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갈등해소에 나서기도 했다.

청와대측의 정리된 입장은 굿모닝시티든 대선자금이든 간에 되도록이면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낙연 대표비서실장과 동행한 정 대표는 검찰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무대응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문 실장은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수석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미리 알았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의 보고를 받지는 않았지만 찌라시수준으로 알았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문 수석은 "이같은 정보를 정무수석에게 전해줬으며 이를 정 대표에게 알려주는 것은 정무(수석)가 알아서 할 일 아니냐"며 "귀띔 정도는 해주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유인태 수석은 전날 정 대표와의 비밀회동에 대해 "술만 마셨다"면서 "정 대표는 선거자금 발언이 의도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특별히 청와대에 대한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쨌든 청와대는 정 대표의 대표직 조기사퇴를 요구하는 분위기를 적극 해명하면서 정면대결 양상을 피했다.

대신 여론의 추이와 검찰수사 등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자금문제에 대해서는 차단전략을 구사했다.

청와대는 대선자금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윤태영 대변인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당시 끊임없이 지방을 오르내렸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선자금 조달내역을 보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당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상수 사무총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청와대의 대선자금관련 입장표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검토한 바도 없고 언급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당에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지 청와대가 나설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돼지저금통 등 국민성금으로 역대대선에 비해 가장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밝혀온 만큼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정 대표와 함께 6억원 수수의혹설이 제기된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13일 해명서를 통해 "윤창열씨와 일면식이 없고 윤씨와 굿모닝시티측으로부터 어떤 돈도 받은 바 없다"면서 "근거없이 시중의 소문을 보도함으로써 본인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부 언론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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