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온 조폭 두목

입력 2003-07-14 09:15:26

이불 배달로 하루를 살아가는 조폭계의 대부. KBS 2TV '인간극장'은 14일부터 5일간 조폭세계에서 보스로 살다 아내의 눈물겨운 설득으로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선 안상민(46)씨의 이야기를 담은 '아내는 보스'편(오후 8시 50분)을 방송한다.

안씨는 80-90년대 맨주먹 하나로 종로와 명동, 강남 일대를 주름잡던 서울의 조폭 안토니파의 보스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는 공공연히 '폭력계의 대부'로 알려졌었고 조폭세계에서는 '전설의 주먹'으로 통한다.

연장을 사용하지 않고 맨주먹만으로 조폭세계를 평정한 마지막 건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씨의 20여년 조직폭력배 생활 동안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의 아내 배정화(46)씨. 어렸을 때부터 윗집에 살던 소꿉친구에게 반한 안씨는 10년을 쫓아다녀 결혼에 성공했으나 20여년 사는 동안 함께 지낸 날은 불과 2년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아내는 고향 서산에서 친정의 도움을 받아 이불가게를 하며 두아들을 키우면서도 한번도 남편의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한달에 한두번 찾아오는 남편이 건네주는 생활비를 마당에 던져버리고 안씨를 호되게 나무라온 아내 배씨. 89년 출소한 안씨는 아내의 암선고 소식을 듣고 중대결단을 내리고 만다.

조직폭력배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에 내려오기로 결심한 것.

평생 의리를 목숨처럼 살아왔던 안씨는 그 어떤 조폭의 의리보다 한 여자와의 의리가 그를 평범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수백명 조직원들과의 의리보다 아내가 그를 위해 평생 지켜온 의리가 그에게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안씨.

요즘 안씨 부부는 제2의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안씨는 예전 보스로서의 체면도 다 버리고 아내를 돕기 위해 이불배달을 마다하지 않고 두 아들과 등산도 하고 20여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에도 나간다.

양주만 먹다가 소주를 마셔야 하고 수백만원짜리 양복을 입다가 오천원짜리 와이셔츠를 입어야 할때마다 아직도 불편한 것은 사실. 또 안씨의 과거를 이용해보려는 옛 친구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폭계를 떠난 후배들의 새 생활을 도와줄 힘이 없어 괴롭기만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괴로움을 그는 아내를 통해 털어내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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