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클릭-U대회 문화행사

입력 2003-07-14 09:15:26

'가짓수만 많았지, 볼거리는 적다'.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8월21∼31일) 문화행사를 놓고 문화예술계에서는 행사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학교수는 "볼만한 대형 행사가 적어도 한 두개 쯤 있어야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면서 "고만고만한 행사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해봐야 U대회 문화행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문화행사에는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영화제, 세계합창페스티벌 등 대내외의 관심을 끌만한 행사가 꽤 있었지만, 이번에는 눈에 띌만한 행사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U대회 조직위와 대구시의 기획력 부재.비협조, 지역 문화예술인.단체들의 무리한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행사의 수준 저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는 조직위와 대구시=지난 10일 조직위가 발행한 '문화행사 캘린더'에는 모두 67개의 행사가 나열돼 있다.

이중 조직위가 주최하는 행사는 33억원에 16개(개.폐회식 제외)이고 대구시가 주최하는 행사는 20억원에 13개이다.

나머지는 문화단체나 기관들이 조직위의 자금지원을 받거나 후원 명칭을 걸고 하는 행사다.

조직위측은 대구 문화예술단체나 기관 등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이처럼 가짓수만 늘어난 행사가 됐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각 단체들이 앞다퉈 자신만의 행사를 열겠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예산을 잘게 쪼개 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올해초 기획과정에서 10개 미만의 대형 문화행사만 열기로 했지만, 그 후 며칠 지나고나면 행사가 한두 개 생겨날 정도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구시의 문화행사도 마찬가지다.

예산이 절대 부족해 '시민전야제' '세계대학 문화축전' 등으로 구색만 맞췄을뿐, 시민들이 문화를 만끽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행사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볼만한 행사를 열려면 한 행사에 최소 5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기획중?=U대회를 한달여 남겨놓은 아직까지 몇몇 문화행사는 개최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조직위는 안팎의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2,3개 행사를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행사 기획이 100%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정군식 U대회조직위 축제행사부장(문화관광부 서기관)은 "대구 사람들의 독특한 성향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U대회 문화행사를 열면서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얘기도 있다.

한 예술인은 "예산을 타내기 위해 대구 문화인끼리 물고 뜯고 싸우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문화행사를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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