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 트렌드읽기(끝)-성형

입력 2003-07-11 09:32:17

과시욕인가? 순수한 본능인가?

성형수술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는 '눈과 코는 기본, 턱과 가슴은 선택…'이라는 신조어가 나온지 오래다.

젊은 여자 두셋만 모이면 성형수술이 자연스레 화제로 오르고, 성형외과 병원이 문전성시를 방불케 한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대구사람은 성형수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 30대 젊은 세대는 보편화된 사회현상으로 적극 받아들이려 하고, 40, 50대 '쉰'세대는 성형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이날 토론에는 김일환(55·대구미술협회장) 김덕영(52·김&송 성형외과 원장) 서귀자(47·시인) 임원영(30·경북외국어테크노대 코디과 겸임교수) 홍정현(23·계명대 관광경영과 2년)이 참석했다.

▲성형수술에 대해…

김일환=아무리 개성사회라고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의 비례구조가 맞지 않는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력적일 수 있다.

얼굴에는 자연미가 있어야 한다.

김덕영=성형외과 의사지만 무조건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찾아오는 환자의 20%이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돌려보낸다.

자신의 외모가 80점쯤 된다고 보면 안하는게 좋고, 100점 맞으려고 하면 끝이 없다.

서귀자=엄마들 모임에 가면 쌍꺼풀은 어디가 잘하고 지방흡입은 어디가 잘한다더라는 얘기밖에 없다.

얼굴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에는 반대한다.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다면 안 하는게 좋다.

임원영=메이크업을 가르치면서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눈이 작거나 사각형의 얼굴 때문에 좋은 실력을 갖추고도 취직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쁜 여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하는게 옳다.

홍정현=요즘 20대들은 성형에 관심이 무척 많다.

토론을 해보니 여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남학생의 절반 정도가 찬성했다.

개인적으로는 성형에 꼭 찬성하고 싶지 않고, 화장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장점과 부작용…

김일환=여자가 예뻐지려는 것은 본능이다.

그렇다고 무리해가며 얼굴 깎고 가슴 만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순수자연은 복(福)을 준다.

김덕영=수술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이 잘 될 확률이 높은 의사와 낮은 의사가 있을 뿐이다.

'성형중독'이 많다고 하는데 알코올중독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다

심리치료를 먼저 받는게 좋다.

서귀자=마음의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 성형을 하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앞에 나서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풀려는 보상심리로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럴 이유가 없다.

임원영=일부 성형외과나 매체에서 성형수술만 하면 마치 연예인처럼 될 수 있는 것처럼 조장하는 풍토가 마음에 거슬린다.

예쁜 여자들이 더 예뻐보이려고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게 좋다.

홍정현=연극영화과에 다니는 친구가 눈과 코를 고친 후 무척 만족해했다.

그 뒤에도 입술과 이마까지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냥 봐도 괜찮은데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술이 최선인가…

김일환=다시 강조하자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상태에서 사는게 좋다.

아이들이 귀뚫고 머리 노랗게 물들이는 것이 맘에 안들고 막을 방법도 없지만, 용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충고를 들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얼굴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게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좋다.

김덕영=내면과 외면을 함께 꾸며야 한다.

외모가 출중한데도 내면이 비어있으면 잘난 얼굴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진다.

얼굴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걷거나 앉는 자세라든가 대화기법 같은 매너가 더 중요하다.

특정 부위가 두드러지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있는 사람이 되는게 훨씬 더 낫다.

서귀자=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성형하는게 맞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별 문제가 없다.

대학생 딸이 쌍거풀 수술을 하겠다고 해 이런 얘기를 들려주며 반대를 했다.

만들어진 자연은 멋이 없다고.

임원영=아직도 얼굴을 고친 여자에 대해 사회적 편견이 있다.

마치 깊이가 없고 교양이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외모를 꾸미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자신을 끊임없이 닦으면서 꾸며야 한다.

홍정현=성형수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미인이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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