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창덕(꺼벙이), 고우영(임꺽정), 이현세(공포의 외인구단), 김수정(아기공룡 둘리), 양재현(열혈강호), 양영순(누들누드)…. 70년대 명랑만화부터 90년대 만화전문잡지, 2000년대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꿈과 상상을 키워주고 있는 만화작가. 출판만화로 규정돼오던 만화작가들의 삶은 2000년대 들어 애니메이션, 플래시, 게임 등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다.
"일곱살 때 부모님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화책을 받은 후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림 보는 재미로 손을 댄 것이 이제는 만화작가 외에 다른 길은 생각도 못하게 돼버렸습니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만화창작과 3학년 박설아(17)양. 실력 못지 않게 운도 좋은 경우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신인만화작가 12명에 뽑혀 만화잡지에 작품을 싣게 됐기 때문. 만화작가가 되고 싶어하거나 아마추어,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이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경쟁률 속에서 10대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동안 박양이 쏟아온 땀을 생각한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박양은 각종 공모전은 물론 만화관련 축제만 열렸다 하면 온 힘을 기울여 작품을 출품했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공모전이나 만화 축제는 월 2,3회. 수도 없는 작품을 그려온 결과 지난해 응모한 잡지 공모전 당선, 올해 신인작가 선발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박양은 "학교 공부나 대학 준비에 대한 고민 때문에 중.고교 내내 고민이 많았는데 길이 열리게 돼 다행"이라며 "이제 시작일 뿐 만화작가로 성공하려면 앞으로 수도 없는 가시밭길을 넘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만화를 너무 좋아해 만화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구에만 3천~5천명의 만화 동호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 보니 학교 과정에도 만화 관련 학과들이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애니메이션 고교 같은 특성화 학교가 울산에도 생겼고, 대구에도 경북예술고와 경신정보고가 만화전공과를 두고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은 전국에 100여곳. 지역에서는 계명대, 대구대, 대구예술대, 영진전문대, 계명문화대, 대구미래대, 영천성덕대 등 7개 대학이 해당된다.
늦게라도 만화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입문하는 일반인들도 많다.
대구에만 3개의 만화학원이 있다.
학원에서는 대개 5, 6개월에 걸쳐 기본작법, 기본기 등을 배운 뒤 공모전, 외부기고 등을 통해 작가 데뷔를 모색한다.
그러나 만화를 전공하거나 공부했다고 쉽게 만화작가가 되거나 관련 업계에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구미래대 애니메이션학과 이재웅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대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200여명 가운데 작가로 데뷔한 경우는 거의 없다.
출판사나 애니메이션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우가 40~50명으로 가장 많고, 20~30명은 기획사나 홈페이지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게임이나 IT산업 진출을 모색중인 졸업생도 많은 편.
이 교수는 "만화업계는 지금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고 했다.
만화 고유의 영역인 출판만화 시장이 갈수록 위축돼 자체적으로는 힘든 여건이지만 웹 애니메이션, 게임, 플래시 등 관련 산업은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 그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함에 따라 실력과 감각만 갖추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대학 2학년 때 마시마로를 만들어낸 김재인씨가 좋은 사례"라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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