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경주 엑스포-다시 세계속으로

입력 2003-07-10 09:38:54

천년의 고도 서라벌에서 펼치는 '천마(天馬)의 꿈'. 1998년과 2000년 두 번의 개최 경험을 가진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서라벌의 문화자산과 역량을 현대문화와 접목해 새롭게 보여 줄 이번 행사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가 우선 관심사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는 이번 엑스포가 과거와 다른 점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 △참여형 행사 △대중성과 오락성 추구를 들고 있다.

또 올해는 보다 특화되고 성숙된 프로그램과 엑스포공원의 자연친화적인 조경으로 문화엑스포의 질을 한단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지금까지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천년을 열어가는 문화행사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문화엑스포를 개최해 국제사회에서 문화엑스포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했고,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지평을 넓혀나가는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영남대 우동기 교수(행정학과)도 "과학 물질문명 중심의 사회패러다임을 문화중심으로 바꾸는 선언적가치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며 "다가올 미래는 문화의 세기라는 이슈를 성공적으로 제기했다는 측면에서도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창성과 정체성 부재의 문화복합적 엑스포는 지속적인 전망이 어둡다는 점과 함께, 독창적 개성과 과학적 수준을 갖춘 문화엑스포로서의 정체성 확보가 필요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까지처럼 문화복합적인 비빔밥식 문화엑스포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행사로 경제적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개최 횟수가 거듭되면 식상해서 더이상 관객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 교수도 "백화점식의 다양한 문화 밥상에 관객들은 선택의 여지나 가치판단 과정도 없이 무조건식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엑스포의 성과가 입장객 수를 지표로 평가하는 양적목표에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이필동 행사기획실장도 "엑스포 성격상 이벤트성 행사 위주로 체계적인 문화인프라 구축에 한계가 있었고, 다양한 행사로 인해 특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밝혔다.

안동대 임재해 교수(국학부)는 이에대해 "경주다운 지역성과 한국다운 민족문화의 특성이 살아나는 문화엑스포의 정체성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엑스포와 차별성을 지니면서 경주의 지역성, 한국의 민족성, 세계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엑스포의 정체성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생산적인 전망으로, 주제 중심의 치밀하고 유기적인 전시와 공연으로 문화엑스포 전체를 일정한 순서대로 관람하고 나면 나름의 문화인식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전통문화의 과학적 이해와 분석적 전시를 통해 문화과학의 수준을 높이고,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문화생산과 축적을 위한 전위적 창작문화의 전시와 공연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도 내세웠다.

또 기존 전시물과 예술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전시겙貶??재정투자를 최소화할 것도 주문했다.

우 교수는 "이제는 다양한 입맛을 지닌 시민들이 선택적으로 문화라는 음식을 흡수하고 배양하도록 맞춤형의 문화밥상을 차리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십만명을 한 장소에 불러 모아놓고 공급하는 집단 급식형의 문화 이벤트로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관객들의 문화욕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년내내 시민들이 원할때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문화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전환하고 이를 위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이와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재형 연구위원(경제학)도 "엑스포는 주제가 가장 중요한 만큼, 경주의 지역성과 한국의 민족성격보편성을 지향하는 정체성을 설정해야 한다"며 "외국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이미지만을 무리하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권정호 대구예총 회장도 "경주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분명한 주테마를 설정해서 이를 현대의 첨단기술과 접목시켜 감동과 즐거움을 함께 자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적 연구성과에 의한 문화재의 분석적 전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첨성대의 경우, 첨성대의 제작과정과 구조를 분석적으로 해체전시하고 그 의미를 다각적으로 해설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학자들의 여러가지 학설에 따라 첨성대의 쓰임새와 기능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그 타당성을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면, 세계적인 석학과 문화재연구자들도 문화엑스포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문화재의 과학적 전시에 머물지 않고 문화재로서 가치를 재질의 특성과 미학적 아름다움, 역사적 의미,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 공법의 특징 등을 알기 쉽게 풀어서 다른 자료와 대비해 전시한다는 방안도 주목할 만 하다.

임 교수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장기계획과 상설화 실현 전략으로, 엑스포 출연작품의 인증마크제 도입과 상설전시장확보, 새로운 전시물 축적 등을 제시하는 한편 장차 거대한 상설전시관이나 문화과학박물관을 구심점으로 비엔날레 형식의 특집전시와 기획공연을 벌일 것을 주문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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