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검법 공방...'상생정치' 실종

입력 2003-07-09 11:54:42

한나라당의 새 지도체제 출범으로 여야공방이 한동안 휴지기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8일 한나라당 단독으로 치러진 특검법 처리를 계기로 종전의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난달 말 한나라당 당직개편 이후 첫 대표회동을 갖고 오해의 산실인 대변인 논평을 순화해 공방을 최대한 자제키로 합의하고 '상생 정치' 실현에 앞장서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이 합의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최근에 양당은 '언제 그런적이 있었냐'는 듯 상대방 진영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8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이름을 거명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영삼 부대변인은 8일 '최병렬 대표의 두 얼굴'이라는 논평을 통해 '거짓말쟁이', '국가원수를 모독한 국론분열의 책임자,' '겉으론 상생, 속으론 음해정치를 한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의 새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특검법을 단독처리한 것과 관련해 김재두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첫 작품은 과거와 똑같은 습작"이라며 "한나라당 새지도부가 시대에 맞게 변할 줄 알았던 기대가 무너져 버렸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최 대표가 8일 대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싶다'고 말한데 대해 문석호 대변인은 "날씨 탓에 최 대표가 연일 오버하고 있다"며 "IMF경제위기를 초래하여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원죄를 가진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대통령을 흠집내고 국정을 발목잡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맞서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집중 겨냥,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서명림 부대변인은 8일 민주당 정계개편 논란과 관련, "처음부터 친노-반노로 분열된 것은 정치적 순수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한나라당은 또 각종 게이트 사건과 비리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공론화를 시도했다. 권해옥 전 주택공사 사장이 굿모닝시티의 (주)한양 인수과정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하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불거진 이른바 굿모닝 게이트를 재거론하며 "수천명의 영세상인의 등을 친 민생참해 범죄"로 규정하고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가 비틀거리고 국정이 흔들리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들이 온통 신당논의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집권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한 '편법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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