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인기와 세월

입력 2003-07-09 09:24:31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학교 테니스장이 교사 확장으로 인해 없어졌다.

때문에 학교에서 임대한 유료 테니스장으로 옮겨가야 했다.

이탓에 그 동안 호흡이 잘 맞았던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당장 파트너가 없었다.

궁즉통(窮卽通)이라던가? 나는 뜻하지 않게 그 곳에서 좋은 분들을 동지(?)로 만났다.

그 분들은 20여 명으로 구성된 나이 지긋한 테니스 동호회원들이다.

그 분들과 인연이 되어 테니스를 함께 해온 지도 어느덧 4년여가 되었다.

그 분들 중에는 교육자, 약사, 사업가 등등으로 젊은 시절 나름대로 펄펄 날았던 분들이다.

아무튼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아무 조건도 걸지 않은 빈껍데기 시합을 한다.

그런데도 모두들 얼마나 승부에 집착하는지 모른다.

그것도 실력으로 정정당당히 이기려는 애씀이 아니라 억지를 부리거나 생떼를 써서 이기려 한다.

그래서 웃게 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30여 년의 구력과는 상관없이 나도 이제 몸 놀리기가 옛날 같지 않다.

세월만치나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하물며 그 분들이랴. 그 분들은 평균 연령으로 따져 10여 년쯤 연장이다.

그 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나는 아직도 청춘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나는 그 분들 속에선 제법 몸값(?)이 나가는 '스타'다.

그 분들은 다투어 나와 한편이 되려고 한다.

그만큼 나하고 한편이 되기 위한 그 분들의 애씀 또한 대단하다.

나한테 호의적인 건 말할 것도 없다.

더러는 빈말이겠지만, 술을 한잔하자든가 차를 대접하겠다며 은근히 유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농을 받으면 솔직히 애들 마냥 기분이 괜찮다.

하지만 이런 내 인기가 얼마나 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나도 몰래 씁쓸해 진다.

당장에라도 공 잘 치는 젊은이가 나타나면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영광은 가차 없이 물거품이 될 것이겠기에 말이다

워낙에 세상인심 이란 게 강한 자, 가진 자의 쪽이기에 해본 소리다.

김영길 영진전문대 교수·디지털전기정보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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