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님이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7-05 08:48:03

박환두 칠곡경찰서장(55)은 매일아침 출근하기 전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마음의 메시지'를 띄운다.

"여러분들은 경찰관 입네 합시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자주 문안 드리지 못하고, 안부전화도 자주 않고, 비상근무를 핑계로 부모님 생각을 잊고 지내시는건 아닌지…".

박서장의 '한마음 통신'은 작년 12월12일부터 시작된 후 일요일을 제외하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통신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담이나 읽은 책 중에서 감명받은 내용을 발췌한다.

젊은시절부터 독서광이었던 박서장은 한달에 책값만 20만~30만원을 지출한다.

그 덕분에 자녀들에게 '책읽는 아버지'로 새겨져 3명의 자녀들이 한결같이 명문대학을 졸업한 원동력이 됐다는 것.

순경 공채출신인 박서장은 늘 직원들에게 "나는 올챙이 시절을 지낸 개구리다.

그래서 올챙이시절을 잘 알고 있다"며 계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올챙이였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간부들에게도 "이상은 높은 곳에 두되 어려웠던 시절도 잊지 말고 아래를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후배'라는 단어를 즐겨 쓸 정도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칠곡군민들로부터도 '덕장'으로 평가받는다.

한마음 통신의 내용들은 마치 노부모가 자식에게 당부하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책읽는 경찰관이 됩시다/ 행동을 조심하라/ 담배를 끊읍시다/ 호감가는 후배와 못마땅한 후배/ 관리자가 아닌 리더가 되라/ 순경이 제대로 대접받으면.../승진시험 합격을 기원하면서 등 수백쪽이나 된다.

박서장은 73년 순경 공채로 임용돼 경장-경사-경위-경감-경정 때까지 모두 시험으로 승진했다.

그래서 승진시험을 치는 후배들에게는 승진시험을 여러번 치러 온 자신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해주기도 한다.

직원들은 서장의 통신문을 매일매일 출력해서 자녀들의 생활교본으로 삼기도 한다.

신명섭 정보보안과장은 "매일매일 거듭되는 서장님의 통신문을 너무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에 '마음에서 마음으로 한마음 통신'이란 제목으로 책을 엮어 전직원들이 한권씩 소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서장은 후배들에게 "프로의식을 가진 경찰관이 되라. 순찰을 돌 때에도 마음없이 근무하면 '배회'에 불과하다"며 늘 의식있는 경찰관이 되기를 당부한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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