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강아지 똥'

입력 2003-07-04 15:42:20

시골길 돌담, 지나가던 강아지가 멈춰서서 똥을 눈다.

참새에게 "더러운 똥"이라고 무시당하는 '강아지똥'. 눈물을 글썽이는 그에게 '흙덩이'가 "너도 어디엔가 귀하게 쓰일거야"라며 위로하지만 아무 곳에도 쓰임새가 없는 강아지똥은 함박눈이 내리는 한 겨울을 쓸쓸하게 보낸다.

희망이 없을 것 같던 강아지똥에게 봄은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준다.어느 봄날 그의 앞에 민들레가 불쑥 솟아올라 놀라운 말을 들려준다.

"내가 별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강아지똥은 "내가 너의 살이 되어줄게"라고 대답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권정생의 '강아지똥'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지난 어린이날 선보였다.

'강아지똥'은 빌려보고 싶은 비디오가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비디오다.

따뜻한 질감을 느끼게 하는 클레이메이션을 한컷 한컷 스톱모션으로 찍어 만든 '강아지똥'은 어설픈 교훈이 아니라 가슴 아리한 감동을 준다.

눈을 맞으며 강아지 똥이 잠드는 장면, 감자꽃이 핀 밭의 전경, 강아지 똥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날아가는 장면 등 서정적 화면이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이루마가 만든 배경 음악에 휩싸이면 더욱 감동적이다.

특히 어린이와 듀엣곡으로 부른 영화의 주제가 'Dream'은 공식웹사이트(www.doggypoo.co.kr)에서 뮤직비디오로도 만날 수 있다.

책이 갖는 1차원적인 평면성을 뛰어넘은 3D 그래픽과 입체 음향은 동화가 가지는 감동을 훨씬 뛰어 넘는다.

요즘 디즈니나 재패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비현실적인 '모험'이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경쟁과 대결, 영웅주의, 흑백논리로 일관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상업성을 띤 폭력과 선정성으로 어린이들에게 경쟁심과 이기심을 부채질하는 작품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잔잔하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있을 한편의 감동을 어린이들과 함께 간직하면 어떨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절로 깨닫게 해 주니 금상첨화.

www.vivizone.com이나 www.dkstore.co.kr에서 인터넷 구매하거나 유명 할인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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