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자식없이 외롭게 혼자 살아온 정선금(75.군위읍 서부리)할머니. 그는 요즘 항상 입가에 환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새 집에다 새 식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낡은 벽지가 곳곳에 찢어져 곰팡이 냄새로 가득찬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늘 외롭게 살아왔다.
대문도 없는 집 마당 구석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그곳은 비만 내리면 빗물이 가득차 마당으로 넘쳐났고, 청마루에 달랑 방 두칸이 고작인 할머니 집은 겨울이면 벌판이나 다름 없었다.
이처럼 낡은 초라한 집을 최근 군에서 수리해 대궐 부럽지 않은 집으로 변모시킨 것. 수리에 나선 군위읍 사회복지사 이미숙(30.여)씨는 200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얻기 위해 자제구입에서부터 공사 감독까지 팔을 걷어 붙였다.
바람을 막아줄 대문을 만들고 알루미늄 방풍창을 청마루에 달아 거실로 개조한 후 그곳에 수세식 화장실도 만들어 넣었다.
방안에는 직접 고른 예쁜 벽지로 도배하고 새 장판을 깔았으며 주방에 싱크대도 설치 했다.
집 수리가 끝나기 무섭게 그동안 비워 두었던 아랫방은 10달 사글세 130만원에 팔렸고 정 할머니는 목돈과 함께 새식구가 생겼다.
정씨는 "이 좋은 집이 정말 내집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너무 고마워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했다.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년가장 손경환(14)군의 집에도 요즘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바쁜 농번기에도 짬이 나는 마을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스로 나와 삽과 망치를 들고 일손을 돕는다.
"썩은 서까래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다 전선이 낡아 누전될까 겁이나 일하기 어려울 지경인데다 쥐똥을 쓸어낸 것만도 한 리어커는 됐다"는 반장 이종화(47)씨는 "하기 좋은 말로 집 수리지 새집을 짓는 것보다 더 힘이 들지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밖에도 군은 230만원을 들여 수 년전부터 비만 오면 방안에 세숫대야로 빗물을 받아왔던 조필분(79.군위읍 금구리) 할머니집 지붕을 고쳤고, 곰팡이로 얼룩진 김말진(80.군위읍 사직리) 할아버지 방의 벽지도 새것으로 갈았다.
하차분(77.산성면 무암리) 할머니는 "낡고 허물어진 집을 깨끗하게 수리하고 주방에 싱크대도 설치해 이제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했고 김해복(78.산성면) 할머니는 "경제력도 없는데다 도배를 하고 싶어도 방안의 가재도구를 옮기지 못해 할 수 없이 그대로 살아왔는데 행정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집수리까지 해주니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고 했다.
군은 이들처럼 낡고 노후된 집에 거주하면서도 경제력이 없어 집수리를 못하는 홀몸노인.소년가장 등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위해 올해 1억4천500만원을 투입해 122가구를 수리하고 주변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지난해 115동을 수리했으며, 내년말까지 총 4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사회복지사 이씨는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얻기 위해 자활사업 대상자를 투입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인터넷 검색으로 자재값을 꼼꼼히 챙겨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대부분 1명의 담당자(사회복지사)가 이 일을 도맡아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 가칭 '집수리건설사업단' 같은 전담반 편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군위군 사회복지과 박정대(47) 담당은 "빗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어난 집에 거주하면서 자발적으로 집수리 할 능력이 없는 홀몸 노인들의 주거환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낙후돼 안타까웠다"며 "설계없이 수리할 수 있는 지붕.벽체.부엌개량.담장보수와 홀몸 노인들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낡은 장판을 교체하고 싱크대도 설치해 줄 계획이다"고 했다.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