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정의 총책임자인 조해녕 시장에게 지난 일년은 길고도 길었다.
특히 지난 2월18일 지하철 참사 이후의 나날은 고통스럽기까지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고향인 대구의 비전에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시장에 출마했습니다만 지하철 참사 등 이런저런 사유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구상했던 것들을 활발히 추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마음 자세로 다시 뛸 생각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지하철 참사로 이어졌다.
조 시장은 참사 발생 이후에는 대외 활동을 자제할 정도였던 것.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9일 사망자 합동영결식을 치렀으니 이제 큰 산 하나를 넘은 셈이지요. 앞으로는 보상 협의, 성금 배분, 추모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하철 1호선의 완전한 연결 운행을 U대회 이전에 재개할 수 없을 것 같아 답답합니다.
중앙로역 복구공사를 7월부터 시작할 계획이지만 공사기간이 많이 필요해 오는 10월 말 중앙로역 무정차 통과 방식의 연결 운행, 12월 말 완전 운행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지하철 참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시장 퇴진 운동에 대해서도 착잡해 했다.
"이미 관임 대구시장을 지냈고 장관을 두 차례나 지냈는데 무슨 영예를 누리겠다고 시장직에 연연하겠습니까? 개인으로서야 물러나면 더 편하겠지만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너무 흔들어 대니 견디기 힘듭니다".
조 시장은 사회적인 흐름에 대해 "대구 경제가 어려워지니 민심도 흐트러지고 지도층이 분열 양상을 보인다"며 "U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 대구시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키고 시민들의 뜻을 모아 나가겠다"고 했다.
지역 산업과 관련해서는 "민선시대 이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이뤄져 지금 대구시의 재정이 크게 압박받고 있다"며 "이제는 '실전용' 산업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쪽으로 시정 방향을 잡아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대구시가 발표한 '대구 비전 2020'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백화점식 나열성이 짙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대해서는 "대구 비전 2020은 '액션 플랜'이 아니라 '비전 플랜'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대구 전분야의 미래상과 나아갈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것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택과 집중'의 대상으로는 섬유.기계산업의 고부가화, 대구테크노폴리스 및 한방바이오밸리 조성 등을 꼽았다.
대구시와 경북도 통합론에 대해 조 시장은 "둘의 뿌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통합론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다고 보지만 쉽게 결론낼 수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협조 부족 문제는 행정 협조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시.도 통합만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대구 지방행정 조직의 안일성 문제 때문에 시장의 조직관리 스타일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뒤따르는 것에 대해 조 시장은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권한과 책임감을 자각하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주체적인 정책 결정 능력이 부족하고 자주성.책임성 있게 일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은 중앙집권적 관리방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집단 이기주의 분출에 대해 조 시장은 "지도층과 정부.지자체 할 것 없이 불신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40년간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욕구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전시켜 오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행정기관은 집단 욕구에 대해 법과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하고 공무원들은 철저히 청렴해져 신뢰받을 수 있도록 극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시장은 7월부터는 심기일전해 본격적으로 각종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을 하고 U대회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