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체제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지는 여야 대표회담은 향후 여야간 대화의 복원 여부를 가늠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새 특검법을 둘러싼 이견의 절충 여부이다.
한나라당은 대폭 강화된 새 특검법을 제출해놓고 있지만 최 대표의 선출 이후 새 특검법 관철이란 당초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최병렬 대표는 29일 "특검법 문제는 청와대가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박희태 전 대표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특검법 통과는)시간상으로 1, 2일 늦춰도 문제가 없다"고 말해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도 "5억 달러 부분은 이미 수사가 끝난 만큼 새 특검법에서는 제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당과의 협상에서 수사대상에 현대 비자금 150억원 이외에는 한두개가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전면 재수사라는 당초 방침에서 물러나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50억원 수수의혹과 행방이 묘연한 산업은행 대출금 일부'로 수사대상을 제한하는 선에서 새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수정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30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새 특검법 대책을 논의했으나 '무조건 거부'라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대철 대표는 "새 특검은 여론만을 의식해 인기영합으로만 진행될 우려가 있고, 일반 검찰의 수사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도 있다"며 "진실규명보다는 정치공세에 초점이 맞춰있는 새 특검 추진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도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 이용하기 위해 그때까지 어떻게든 끌고 가보자는 식"이라며 "정쟁과 국민 분열만 초래하고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특검은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150억원과 산업은행 대출금 등 일부 의혹을 추가해 수사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남북정상회담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노린 것이라며 수용 불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수사대상이 축소된 만큼 정쟁의 여지가 크지 않다"며 150억원 한정 특검은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새 특검법 문제가 또다시 민주당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수정제의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절충이 실패할 경우 한나라당은 단독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강한 야당을 표방하고 나온 최 대표로서는 선명성 부각과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새 특검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 대통령은 또다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 특검의 가이드라인으로 150억원 한정 수사를 제시해 놓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한 내용의 특검법을 제출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반면 민주당이 새 특검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